갑진년 새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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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1-17 15:42 조회465회 댓글0건본문
‘일일지계 재어인(日日之計 在於寅)이고, 일년지계 재어춘(一年之計 在於春)이며, 일생지계 재어근(一生之計 在於勤)’이라고 한다.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고, 일 년의 계획은 봄날에 있으며, 일생의 계획은 부지런함에 있다는 뜻이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고, 입춘을 두 주일가량 남겨둔 지금 딱 적절한 말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올해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히,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누가 뭐래도 올해는 ‘선거의 해’다. 우리나라와 미국을 포함해 무려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그래서 ‘슈퍼 선거의 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중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아무래도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우리나라 국회의원 총선거일 수밖에 없다. 벌써 탈당이니, 신당 창당이니 하는 정치적 이합집산이 줄을 잇고 여야 간에 날 선 설전이 난무한다. 급기야 야당 대표를 백주에 테러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계절만 겨울이 아니라 정치도 겨울이다.
이번 선거는 윤석렬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르는 선거라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다 보니 더 과열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은 단임제다. 재선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면 뚜벅뚜벅, 초지일관 걸어가야 한다. 특히,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면 안 된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 유고 후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존슨은 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모든 미국인에게 투표권을 보장하는 공민권법과 투표권법에 서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법안에 서명하는 순간, 우리 당은 우리를 지지하던 남부의 표를 다 잃을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꼭 필요하다.”
존슨의 예상(?)대로 다음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닉슨에게 정권을 넘겨줘야 했지만, 그동안 무늬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였던 미국을 진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만든 업적은 역사에 길이길이 남았다.
정치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국가를 운영하는 순간, 국가는 풍랑을 만나게 된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선거와는 상관없이 올바르고 정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묵묵히 우보(牛步)처럼 걸어가기를 희망한다.
하나 덧붙이자면, 최근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제3정당이니 혁신이니 하며 정치권이 갑자기 어수선해지고 있는데,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정치사에서 명멸한 제삼지대를 눈여겨 봐야 한다. 제삼지대에 대한 기대는 기존 정치가 하지 못한 일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인데, 이를 해결할 진취적이고 확고한 비전과 실행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동안 번개시장처럼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져간 제삼지대의 반복일 수밖에 없고 유권자들은 냉담하게 돌아설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 위정편에 보면 ‘유치차격(有恥且格)’이라는 말이 나온다. 법(法)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이 모면하더라도 부끄러움을 모르지만, 덕(德)으로 이끌고 예(禮)로 다스리면 부끄러움을 알고 감화된다는 뜻이다. ‘이끌고 다스린다’라는 표현이 현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자세로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 표 계산을 넘어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따뜻한 정치의 봄을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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