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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처님이 오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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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5-14 15:47 조회7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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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는 예로부터 앉았던 자리를 깨끗이 비우고 홀연히 열반에 드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본다. 우리나라 초대 종정을 지내고 조선총독부를 벌벌 떨게 했던 대종사(大宗師) 한암 스님도 열반 후 남긴 것은 주장자 하나와 발우 한 벌 뿐이었다. 어떤 선승은 이마저도 사치라고 여겨 그야말로 단 한 톨의 먼지도 남기지 않았다.

 

지난 427일 가톨릭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에 들었다. 정 추기경은 사후 각막기증 서약에 따라 양쪽 각막을 기증했다. 세상과 작별하며 두 사람에게 새로운 빛을 선사한 것이다. , 청렴한 삶의 끝에 남은 소박한 유산도 사전에 모두 사회에 기부했다. 이는 코로나 19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요즘 참으로 오랜만에 접하는 감로수(甘露水) 같은 소식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정진석 추기경의 선하고 아름다운 마무리에 마음속 묵상을 올렸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설국열차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설국열차는 오스카 4관왕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이 2013년에 만든 영화로, 새로운 빙하기, 끊임없이 지구를 도는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욕망의 대폭발을 다뤘다. 초양극화로 인류는 철저하게 계급으로 나뉘고 이를 뺏고 뺏으려는 일대 아수라장이 벌어지는데, 법도 없고 상식도 없고 윤리도 없다. 오로지 탐욕만이 불타오를 뿐이다.

 

이를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과 빗대는 건 결코 지나친 비유가 아니다.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갖가지 부패, 패륜 뉴스들은 우리나라가 설국열차와 진배없다고 말하고 있다. 내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불법, 탈법도 괘념치 않고, 모두를 위한 자비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치열한 각자도생의 용강로다. 불행하게도 상생(相生)이 아니라 상멸(相滅)의 시대다. 이는 지금 세계 최강국이라고 하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불교에서 자주 쓰는 말 중에 선근(善根)’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선을 내고 행하게 하는 근본을 뜻한다. 이 말에 견줘보면 지금 우리나라는 심각하게 선근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무탐(無貪), 무진(無瞋), 무치(無癡)라는 선근이 없으면 팔정도(八正道육바라밀(六波羅蜜)도 행할 수 없고 당연히 깨달음도 불가능하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설국열차가 아예 탈선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탈선이란 곧 지구 공멸을 뜻한다. 인류 탐욕의 결정판인 기후위기, 생태위기로 말미암아 지구 종말의 시계가 기어코 자정에 맞춰지는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올해 만 열여덟 살인 그레타 툰베리 같은 스웨덴 소녀의 외침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그만큼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오는 519일은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이다. 부처님은 입멸(入滅) , 제자 아난다의 권유를 뿌리친 채 가난한 도시 쿠시나가라에 가서 고통 속의 중생들과 함께 여생을 보냈다.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깨달음을 얻은 후엔 중생의 고통을 껴안으라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신 것이다.

 

만약 지금 부처님이 오신다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코로나 19가 창궐하고, 유례없는 빈부격차에 청년은 청년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도탄에 빠져있다. 백신조차 부자 나라가 독식하고 지구는 종말을 100초 앞에 두고 있다. 그 옛날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에서 염화미소를 지었다지만, 아마 지금 이 설국열차같은 세상을 보신다면, 깊은 한숨부터 지으실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19로 인해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은 조용히 지내게 됐다. 부처님께서 마지막 여생을 쿠시나가라에서 보낸 뜻을 되새기며 봉축 연등 하나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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