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추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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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 스님 작성일18-03-14 18:14 조회3,366회 댓글0건본문
평창올림픽 이후 날마다 뉴스가 새롭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우리가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루려는 것은 지금까지 세계가 성공하지 못한 대전환의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새로운 세계평화의 기미가 도둑처럼 찾아들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남북 공동 번영의 길을 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이윽고 마련된 것입니다. 앞으로의 두 달이, 지난 백년의 세계사를 뒤집을지 우리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 세계사적 대전환이 성공한다면, 탄허 큰스님의 예연대로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민주 역사의 주역이 되고 세계 정신사에 우뚝한 봉우리로 설 것입니다.
오대산에 주석했던 탄허 스님은 1970년대 초반, “한국의 젊은이들이 갈수록 예뻐지는데 이들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때 국운이 상승하고 한국이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것이다. 오래지 않아 한반도는 국운이 융성해질 뿐만 아니라 위대한 인물들이 나타나서 조국을 통일하고 평화로운 국가를 건설할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한반도 통일과 관련한 의미 있는 예언을 남겼습니다. 그 유명한 ‘6677 3344’ 예언입니다. 한일합방(1910년) 이후 6×6=36년 만에, 음력 7월 7일에 해방이 되고, 3×3=9년 후, 음력 4월 4일에 통일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일병탄 후 36년이 지나면 만으로 1945년이고 그해 음력 7월 7일은 양력 8월 14일이었습니다. 일왕이 미국에 항복한 것이 바로 그날이었지요.
그러면 ‘3344’는 무슨 뜻인가? 기준년도가 없기 때문에 아직 명확치가 않습니다만 소승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1974년 중앙대학교 장화수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나타나는 ‘월악산 보름달과 여성대통령 등장’이라는 예언에 견줘볼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과 퇴임을 기점으로 삼을 수 있는 겁니다. 탄핵된 대통령을 역사 변환의 기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불편하신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불교의 세계관에선 선과 악이 다르지 않습니다. 제석천왕의 지혜를 열어주는 자가 오히려 마왕이니 마왕이 제석천왕의 스승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이 2013년 2월이었으니 그로부터 9년 후면 2022년, 퇴임이 2017년 3월이었으니 2025년, 음력 4월 4일이라면, 2022년 5월 4일, 2025년 5월 1일 정도 통일이 이뤄진다는 것일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예언은 그 안에 이미 은유적 상징 코드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지요. 앞의 6677은 날짜를 예시하고 뒤의 3344는 상황의 예시일 수도 있습니다. 2016년 혹한의 겨울광장에는 시민들 천만이 모였습니다. 그러나 자연스런 무리로 삼삼오오 모여든 게 아니라 일부가 기우뚱하여 대한문 앞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모여든 사람들에 의해서 조화가 깨져 있었습니다. 그 조화의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삼삼사사 모였던 것은 아닐까요? 조금 여유롭게 관망하면, 2025년 5월쯤을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나무아미타불!
평창올림픽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평화의 불씨가 훨훨 타올라 머지않은 시기에 휴전선 녹슨 철망을 태워버리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우리는 지금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수교라는 아직 누구도 해보지 않은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안중근 의사님은 옥중에서 <동양평화론>이라는 논책을 집필하다가 1910년 3월 26일 루쉰감옥에서 사형당함으로써 이 역작이 영원한 미완으로 남겨졌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요지는 이렇습니다. 동서로 나누어진 세계에서 각국이 서로 경쟁하고 ‘약육강식’을 정당화하면서 침략을 일삼는 것은 서양이 만들어 낸 생활방식이다. 동양은 서양의 침략을 받기 이전에는 학문과 덕치를 중시하고 자기 나라만 조심해 지켰을 뿐이지 서양을 침략할 사상은 없었다. 러·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대의명분으로서 ‘동양평화를 유지하고 한국독립을 공고히 한다’는 것을 내세웠으나, 일본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일본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과 청국 양국 국민이 일본의 선전 명분을 믿고 일본군을 지원했기 때문임에도,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하자, 바로 ‘동양평화’ 유지와 ‘한국독립’ 공고화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도리어 한국의 국권을 빼앗아서 한국 국민과 원수가 되었다. 이에 한국 국민들은 일본에게 속은 것을 깨닫고 의병을 일으켜 일본과 ‘독립전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님이 꿈꾸던 동양평화론이 이제야 완성되어갈 조짐이 보입니다. 동양평화만이 아니라 세계평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는 듯 보입니다. 이는 거시적 역사관에서 보면 그로부터 1세기라는 긴 세월이 흘렀기에 꿈의 크기가 이렇게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께선 홀로 하얼삔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몸통에 총알을 박았습니다. 그리고 법정에서 대한의군참모중장으로서의 최후진술은 세계인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 명문이었습니다. 이 진술에 의해 이것은 개인의 테러가 아니라 전쟁의 연장이라는 것을 관철하고자 했고 만국공법에 의해 자신을 처분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찬란하게 살아남아 아직도 우리의 정신을 이끌고 있습니다.의사께서 돌아가신 뒤의 1세기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문명과 역사의 전환기였습니다. 인공의 불빛이 휘황하여 모두 밤낮을 구분 못한 채였고 이데올로기가 세계인을 꽁꽁 묶어두었고, 91년 냉전이 풀리자 미국의 민주주의가 세계를 밝히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민주라는 사회적 이념도 인공의 불빛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어두운 시대임에도 대낮처럼 밝은 줄만 알았던 것이지요. 은산철벽을 뚫고 백두간척에 섰을 때 비로소 새 세상은 열립니다. 우리는 혹한의 광장에서 촛불을 밝혀들고 은산철벽을 뚫고 말았고, 북핵이니 사드니 세계정세는 대한민국을 고립시키며 묘하게 돌아갔으니 백척간두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신령한 땅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면서 얼어붙었던 북과 남의 관계가 사르르 녹아들었고 이제 우리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 등을 눈앞에 두게 된 것입니다. 이렇듯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북방경제협력이라는 거대한 그림에 용의 눈(畵龍點睛)을 그려넣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소승은 이 거대한 역사의 대전환이야말로 우리 안중근 의사께서 꾸었던 꿈의 완성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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