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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시신유(夢是神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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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스님 작성일19-02-15 22:04 조회3,4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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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봉행된 지 벌써 1주년이 되었습니다. 그날의 감동을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은 단순한 세계 겨울 체육대회가 아닙니다. 그로부터 평창의 평화와 번영은 시작됐고, 이는 향후 100년간 인류사의 목표이자 지향점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2017년 대한민국 1700만 시민의 촛불로 발현된 천지인(天地人)의 영험(靈驗)과 함께 세계 70억 인구의 감응(感應)으로 완성된, 동북아와 세계를 향한 인류의 메시지인 것입니다.

평창에서 발아된 평화의 씨앗은 일촉즉발의 핵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나 이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습니다. 회담에서 70년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큽니다. 만약 평화협약까지 체결되면 남북한 8000만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와 유엔을 포함한 전 세계의 평화 프로세스가 완성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출발점이 바로 평창입니다. 그런데,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을 즈음하여 평창 춘몽(平昌春夢)’이라는 난데없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앞뒤 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가 수년간 땀 흘려 쌓아온 평화의 탑은 비틀거리게 마련입니다.

옛날 중국 한나라 때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나라 훤제(煊帝)는 미신을 타파한다며 원몽자(原夢者), , 해몽(解夢)하는 사람을 데려다 놓고서 시험을 했습니다. 꿈을 날조해서 풀어달라고 한 것입니다. 만약 있지도 않은 꿈을 억지로 풀 것 같으면 혹세무민 죄로 목을 칠 작정이었습니다. 훤제가 원몽자에게 말했습니다.

이봐, 원몽자! 네가 해몽을 잘한다고 하니 묻겠는데, 내가 간밤 꿈에 궁전 처마 끝에 있는 청기와가 난조(鸞鳥)라는 봉황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꿈이 무슨 꿈이냐?”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원몽자는 폐하! 큰일 났습니다. 지금 궁중 안에 참변이 일어났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문밖에서 폐하! 아뢰옵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소란이냐고 훤제가 묻자 지금 궁중에서 두 사람이 싸우다가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훤제가 생각하기에 그것참 기가 막힐 일이었습니다. 자기는 일부러 꿈을 만들었는데 그 내용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지요.

그때야 훤제는 사실을 말했습니다. “네가 참으로 해몽을 잘한다고 해서 한번 시험해 보기 위해 일부러 꿈을 날조한 것인데, 그렇게 그 꿈이 잘 맞지?”

원몽자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몽시신유(夢是神遊), 꿈이라는 것은 바로 정신이 노는 것이지, 꿈만이 꿈이 아니다 이겁니다. 폐하가 한 생각을 일으킬 때가 벌써 꿈이며, 한 생각이 일어나면 꿈이 있고, 꿈이 있으면 이 우주는 일어나는 것입니다. 우주 주체성은 곧 우리의 한 생각인 것입니다. 만일 우리 생각이 없다고 할 것 같으면 이 몸뚱이는 송장일 뿐이고, 이 우주는 공각(空殼)일 뿐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49년 동안이나 하셨다는 설법과 6년 고행을 통하여 우주관 인생관을 타파하셨다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화엄학(華嚴學)의 도리입니다.”

아무리 하찮은 생각일지라도 그 생각을 일으키는 순간 온 세계가 움직이고 온 우주가 변한다는 말입니다. 평창을 경제적 가치로만 따지면 분명 춘몽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화는 경제적 가치로 셈할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게 계산한다 해도 평화는 몇십 배, 몇백 배의 가치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더욱이 20년의 준비와 삼수 도전, 전 국민의 염원과 감동을 평창 춘몽(平昌春夢)’으로 폄하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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