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정신은 계속 타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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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스님 작성일18-08-19 03:06 조회2,274회 댓글0건본문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70억 지구촌 가족이 모여 함께 환호하고 감격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 년은 지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는 소승만의 느낌은 아니지 싶습니다. 그 사이 우리나라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싱가포르에서는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습니다. 그 직후 지방선거와 러시아 월드컵도 열렸습니다. 올여름 유난히 뜨거운 110년만의 폭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경제는 경제대로 어렵고,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점점 증폭되고 있습니다. 불과 반년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인데, ‘격동의 6개월’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표현 같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6개월 사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기쁨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피어난 평화와 통일의 기대도 아득히 먼 일처럼 빛바래고 있습니다. 또, 평창에서 우리가 보여준 아름다운 시민의식, 평창정신도 점차 희석되고 있습니다. 세계인의 감탄을 자아냈던 동계올림픽 개폐회식과 설상(雪上) 경기가 열렸던 지역은 지금 흉물로 변해버렸습니다. 잠깐의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나고 대관령면 주택지는 물에 잠겼습니다. 사후 운영문제로 정부와 도·시군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시설과 관련한 문제들은 결국 예산문제이기 때문에 예산만 확보되면 금방 해결될 수 있습니다. 진짜 우려가 되는 것은 우리의 시민의식이 동계올림픽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발휘된, 일회용이 아니었나 하는 걱정입니다.
올여름 폭염 때문에 피서지로 각광받은 구 대관령 휴게소는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재활용 수거가 되지 않는 쓰레기는 쌓이다 못해 건물 높이만큼 올라갔습니다. 동해안 해수욕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밤새 버린 술병과 쓰레기들이 백사장을 뒤덮었고, 새벽까지 동원된 미화원들이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었다고 합니다. 친절, 미소, 솔선수범, 자원봉사 등 동계올림픽 때 보였던 우리의 그 미덕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6개월 전 우리의 시민의식, 평화정신은 지속적으로 계승되어야 합니다. 한 번의 올림픽으로 폐회식장의 성화는 꺼졌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의 성화는 영원히 꺼지지 말아야 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어서면 사회적 갈등은 더 심해진다고 합니다. 이기심 때문입니다. 개인과 개인 간, 단체와 단체 간의 갈등은 그것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든, 생각의 차이 때문이든 그 바탕에는 역지사지 하지 않고 눈앞의 작은 현상에만 집착하는 이기심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핵심은 이타정신(利他精神)입니다.
오대산의 탄허스님은 현대인들이 아만과 아집과 독선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유를 “정신의 결핍”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타정신이라고 했습니다. 불교의 8만4천이나 되는 경전도 알고 보면 단 하나, 일미진중 함시방(一微塵中 含十方), 즉 먼지 하나, 물 한 방울 속에도 모든 진리가 함축되어 있으므로 한 티끌도 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전 세계는 4차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4차 산업의 핵심은 기계에 사람의 마음을 이식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5차 산업은 정신과 감정, 정서에 기반을 둔 것일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동서남북이 가로막힌 섬 같은 나라에서 사방팔방 세계로 이어지는 중심 허브로 발전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입니다. 이타정신에 바탕을 둔 세계 시민의식, 올림픽 때 보여준 평창정신을 계승하는 게 중요한 까닭입니다. 이를 위한 다양하고 진지한 포럼, 강좌, 시민단체의 활동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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