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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사인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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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4-03 18:01 조회3,0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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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인(四寅)이라는 칼이 있어… 땅신도 두려워하고 하늘신과는 통해… 내 몸을 방어하니 두려울 게 무엇인고….”(<상촌집>) 조선 중기의 문신인 신흠(1566~1628)은 장남(신익성)에게서 사인도(四寅刀)를 선물받고 ‘어떤 귀신도 나를 범할 수 없다’는 자신감 넘치는 시를 남겼다. ‘사인(四寅)의 칼’이 무엇인가. 

 

12간지 중 호랑이를 상징하는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맞춰 제작한 칼이다. 인(寅)자를 네 차례 중복시킨 이유가 있다. 양(陽)의 기운이 가장 왕성해지려는 순간에 만들어야 음(陰)한 사귀(邪鬼)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한 번꼴인 사인검의 제작 과정은 자못 성스러웠다. 천년고철을 재료로 36번 불에 달궈야 했고, 글자를 새길 때는 주문을 읊었으며, 개와 닭은 물론 잡인의 출입마저 막았다. 검을 만든 후에는 술과 과일, 흰닭, 향촉을 준비해서 ‘검을 위한 제사’까지 지냈다. 검의 한편엔 주역의 이치인 ‘건강정(乾降精) 곤원령(坤援靈) 일월상(日月象) 강전형(岡전形) 휘뢰전(휘雷電)’과, 도교의 뜻인 ‘운현좌(運玄座) 추산악(推山惡) 현참정(玄斬貞)’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천지자연의 힘이 검에 깃들어(건강정~휘뢰전) 삿된 악을 베어 쫓아내기를 바란다(운현좌~현참정)’는 뜻을 담았다. 다른 한편에는 북두칠성을 포함하여 태양이 지나는 황도의 28수 별자리를 상감했다. 인간세상을 관장하는 별의 신령한 힘이 사인검에 깃들어 사악한 기운을 막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표현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준장 진급자 56명에게 수여한 ‘삼정검(三精劍)’의 뒷면에 새겨진 글귀가 바로 사인검의 ‘건강정~현참정’이다. 꿈에 그리던 별을 단 장군을 상징하는 칼이니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그러나 악을 단칼에 베어내는 ‘사인검’의 참정신을 곡해해서 그저 자신의 일신만을 지키는 칼로 여기지 않을까 적이 걱정된다. 육해공 3군이 호국·통일·번영이라는 세 가지 정신을 이루라는 뜻을 담아 삼정검이라 이름 붙였고,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필생즉사’ 명언을 앞면에 새겨놓았다. 이것도 모자라 2007년엔 외날(삼정도)이던 칼을 양날(삼정검)로 바꿨다. 장군의 자리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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