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연구논문> 연구논문

연구논문

통합의 첫걸음은 경청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7-10 15:40 조회2회 댓글0건

본문

   언젠가부터 국민 통합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정치인도, 국민도, 언론도 이구동성으로 국민 통합을 주문한다. 이번 이재명 정부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당선 후 제일성이 국민 통합이었다.

 

이 말은 곧 우리나라가 그만큼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는 뜻이다. 더 찾아볼 것도 없다. 지난 몇 년, 혹은 몇 달을 돌아보면 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나라 전 분야가 분열로 몸살을 앓았다.

 

거기에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남녀 간 분열이 더해지고 의정 갈등같은 이익단체끼리의 반목도 더해져 우리나라는 가히 분열 공화국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나라가 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혹자는 압축 성장의 부작용이라고 한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자도생하다 보니 공존이나 상생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철학의 부재 때문이라고 한다. 선진국들이 수백 년에 걸쳐 철학적 바탕 위에서 이룬 공동선(公同善)을 우리는 미처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든 게 바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몇몇 나라가 발표한 중산층의 기준이다. 우리나라가 아파트 평수, 해외여행 회수, 예금같은 걸 따지는 데 반해 선진국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문제에 관한 관심과 참여, 공동선의 실천같은 걸 기준으로 잡는다는 것이다.

 

아예 자기비하적인 해석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우리 국민성이 원래 그렇다는 푸념이다. 조선 시대부터 남인이니, 북인이니, 노론이니, 소론이니 하며 늘 분열해 왔다는 설명이다.

 

어떤 것이 됐든, 지금 우리나라는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닥친 국내외적 상황이 그렇다. 통합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 거라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통합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너무 오랜 세월 누적됐고, 각자 처지도 다 다르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래도 통합해야 한다. 통합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통합의 출발점은 경청이다. 세상에 가장 힘든 게 듣기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먼저 상대의 말을 듣지 않으면 통합의 통 자도 꺼낼 수 없다.

 

불교는 무엇보다 경청을 중요시한다. 부처의 큰 귀가 이를 상징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로 화합하는 화쟁(和諍)’, 다양한 사상과 관계를 각기 특성과 가치를 인정하며 하나로 아우르는 원융회통(圓融會通)’은 공존 상생하라는 부처의 대표적인 가르침이다.

 

요즘 TV에 가정 문제 상담 프로그램이 여럿 방영되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경청이다. 남편의 말을, 아내의 말을, 자식의 말을 먼저 인내심 있게 들어주는 게 문제 해결의 기본이라고 한다.

 

우리는 경청에 인색하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처럼 내가 더 옳고, 내가 더 억울하고, 내가 더 피해자라고 우기기에 바쁘다.

 

먼저 대통령부터 귀를 활짝 열기를 기대한다. 다행히 이번 정부는 경청을 소통 수단으로 삼는 듯하다. 선거 전 경청 투어가 그랬고, 대통령실에 경청 통합 수석을 신설했다.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9일 우리나라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는데,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묵묵히 듣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이런 농반진반 이야기를 했다. “어떤 직원은 코피가 났다는데 대통령은 귀에서 피가 나겠다.”

 

이런 국정 기조가 퇴임 때까지 이어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한없이 어려운 통합. 초심을 잃지 말고 무한한 인내심으로 이뤄 나가기를 기대한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