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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와 소똥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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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8-17 15:32 조회1,1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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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순환은 어김없다. 한낮은 여전히 무덥지만, 오대산에는 어느덧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도 서서히 퇴장하는 것이다.

 

지난여름, 강릉은 연일 섭씨 39도를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강릉뿐만 아니라 전국이 불바다였다. 휴대전화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온열 질환을 조심하라는 재난문자가 수신됐다. 이제 더위가 재난이 된 것이다. 여름이 무더워야 곡식이 잘 자란다는 말은 이제 고리짝 얘기가 됐다.

 

내년 여름은 올해보다 더 덥고 길 것이다.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지역도 나타날 것이고 인류는 이제야 우리가 자연을 너무 혹사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경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1952년의 런던 스모그 사건이다. 당시 런던 상공을 뒤덮은 석탄 연소 연기와 안개가 합쳐져 스모그를 형성하는 바람에 런던 시민의 호흡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 사건이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사망자가 무려 12,000여 명에 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56대기오염 청정법을 제정하는 등 세계 모든 나라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처에 나섰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 지구는 더 황폐화했다. 2023년 지구 종말 시계는 90초 전을 가리키고 있다.

 

환경생태학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지렁이와 소똥구리가 사라진 사실을 주시하고 있다. 인류의 존립 기반이나 마찬가지인 토양이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가리키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지렁이는 낙엽 같은 지표면의 유기물을 흙 속으로 가져와 흙과 함께 먹고 식물이 좋아하는 분변토를 눈다. 토양을 수직·수평으로 끊임없이 쟁기질해 영양과 공기를 순환시킨다. 죽어서는 식물의 영양분인 질소원이 된다. 찰스 다윈은 인류 역사상 지렁이와 같이 중요한 기능을 가진 동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소똥구리는 농기계가 도입되고 공장식 축산이 이뤄지면서 서식지를 완전히 잃었다. 게다가 가축의 구충제와 항생제 성분이 남은 분변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절멸한 것으로 파악한다. 2017년 환경부는 살아 있는 소똥구리 50마리를 5,000만 원에 산다라는 공고를 냈지만, 소똥구리를 찾는 데 실패했다. 결국, 이듬해 국립생태원은 몽골에서 200여 마리를 들여와 증식해야 했다.

 

고대인들의 추앙 대상이자 자연순환의 중요한 고리 구실을 했던 소똥구리가 연구실이 아닌 야생의 목초지에서 경단을 굴리는 모습을 앞으로 볼 수 있을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라는 말처럼 지렁이는 하층 생명체로 취급받아왔다. 하지만, 지렁이는 구도자나 마찬가지다. 지렁이는 눈, , , 팔다리, 이빨이 없다. 누굴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고, 차별하려야 차별할 수 없다.

 

  인류는 390만 년 전 출현했지만, 지렁이의 역사는 무려 4억 년이나 된다. 인류가 지구를 죽인다면 지렁이는 지구를 살리는 존재다. 인간이 지렁이나 소똥구리보다 나은 존재라는 생각은 진짜 인간의 교만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에서 벗어나 지렁이, 소똥구리와 같은 지구 생명체 가운데 하나라는 하심(下心)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류는 지구를 구하는 데 바로 나서야 한다. 최근 전 세계에 나타나는 이상기후는 단 1초도 머뭇거리지 말고 지구 구하기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지금 인류는 히말라야 설산의 상상의 새 한고조와 같다. ‘한고조는 밤만 되면 추위에 벌벌 떨면서 날 새면 꼭 바람 막을 집을 지어야지다짐하다가 날 밝으면 그 다짐을 금세 잊어버리고 다음에 하지 뭐라며 살다가 얼어 죽었다고 한다. 시간을 미루고 낭비할 틈이 없다. 이젠 지렁이나 소똥구리가 했던 역할을 인간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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