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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단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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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6-14 17:37 조회1,1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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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622(음력 55)은 단오다. 더운 여름을 맞기 전 초하(初夏)의 계절이며,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祈豊祭)이기도 하다. 일 년 중에서 가장 양기(陽氣)가 왕성한 날이라 해서 예부터 큰 명절로 여겨왔고, 여러 가지 행사가 전국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조선 시대 중종 때는 설날·추석과 함께 삼대 명절로 정해진 적이 있을 만큼 우리에겐 큰 행사다.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릉 단오제가 오는 618일부터 25일까지 8일간 열린다. 물론 신주 봉정이나 대관령 국사 성황제 등은 이미 5월부터 시작됐다. 4년 만에 코로나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나 치러지는 이번 강릉 단오제는 액을 막고 복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단오 보우하사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고 한다. 시기적으로 잘 맞는다는 생각이다. 이제 더는 코로나 같은 범세계적 유행병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어려운 세계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순탄한 앞길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이해한다.

 

강릉 단오제는 소승에게는 아련한 추억이 깃든 명절이다. 옛날 오대산 조실 탄허 스님을 시봉하던 시절, 단오제가 시작되면 스님을 모시고 강릉 나들이를 하곤 했다. 하루 서너 차례밖에 없는 완행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대관령을 돌아 강릉에 내려가면 스님은 먼저 지역의 명망가들을 만나 환담을 했다. 대표적인 분들이 명주의원 정순응 박사라든지 오덕수 한의원장, 이범준 국회의원이다. 다들 불심이 깊고 동양철학에도 조예가 깊은 분들로 탄허 스님은 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거워하셨다.

 

그 후 탄허 스님은 소승을 데리고 단오장 구경을 하셨는데, 스님은 단오장이야말로 중생들의 삶이 한곳에 집약된 곳이라고 하셨다. 인간으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겪어야 하는 희로애락이 이곳에 다 있다고 하셨다. 참다운 진리는 예배당에 있는 게 아니라 들판에 엎드려 일하는 중생들의 땀 속에 있다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스님은 단오장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자비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고 스님을 알아보고 합장하는 불자들에게 일일이 맞절을 해주셨다.

 

사소한 추억담 같지만, 소승은 우리의 종교와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진리가 예배당에만 있고, 정치는 여의도와 용산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곳은 상징일 뿐이다. 종교와 정치가 진정 있어야 할 곳은 허기진 백성의 삶 그 한 가운데다. 나라의 덩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백성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지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얼마나 힘든지 알아내겠다고 예배당과 여의도와 용산에만 앉아 백가쟁명 해서는 절대 알아낼 수 없다. 그렇게 시행하는 정책은 피부에 와닿지도 않을뿐더러 예산만 낭비하게 된다.

 

단오 즈음은 모내기를 마친 후다. 모내기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노동이다. 온 동네 사람들의 품앗이가 필수다. 다 같이 땀 흘려 모내기를 마친 후 한 상 가득 차린 수리 음식을 먹고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며 단오를 즐기는 것이다. 부디 종교와 정치가 저 높은 곳에서 내려와 땀 흘리고 애쓰는 백성의 삶 한가운데에 자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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