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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의 ‘중·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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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14-01-17 16:23 조회4,0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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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새해 벽두부터 중국과 일본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를 놓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영국의 BBC에 영국 주재 중국 대사와 일본 대사가 함께 출연하여 날 선 공방을 벌였으며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필두로 주요국 주재 중국대사들이 반일 국제 여론몰이를 하는 가운데 일본도 단호하게 맞받아치고 있다. 한국도 일본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중·일 간 싸움이 한국이 생각하는 역사문제의 차원을 넘어서 진행된다는 데 있다.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의 지도자가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충실히 계승한다면 정상회담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일본이 역사문제를 청산한다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반대할 이유도, 헌법개정을 막을 이유도 없다. 이런 입장은 중국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중국은 120년 전 한반도에서 일본과 전면전을 치렀던 것처럼 오늘날 동아시아 질서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일본과 세력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의 경우, 영토나 역사문제 차원을 넘어서 해양대국 일본과 태평양으로 뻗어 나가는 중국 간 지정학적 단층선상에서의 충돌로 보아야 한다. 1972년 양국은 소련의 위협에 공동 대항하기기 위해 골치 아픈 센카쿠 문제는 후일로 미루어두자는 전략적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중국이 강대국화하면서 핵심이익의 범위가 커짐에 따라 센카쿠 합의는 깨졌고 양국은 물리적 충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세력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은 서로 자기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한 어떠한 협상도 거부하고 있고 이 와중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인해 센카쿠 문제를 놓고 협상할 기회의 창은 사실상 닫혔다.

이런 점에서 아베 총리는 센카쿠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와 주변의 우익적 인사들은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반중(反中)적 미·일동맹의 틀을 구축하여 일본의 군사적 능력과 역할을 확대하고자 한다. 미국은 신형대국관계란 협력적 틀 속에서 중국을 적절히 견제하되 군사적 대결을 회피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중·일 간 첨예한 대립을 초래하는 야스쿠니 참배에 실망과 비판을 표시하고 있으나, 아베 총리는 중·일 갈등을 안보능력 강화의 구실로 삼고 있다. 잠시 흔들리던 그의 국내 지지도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야스쿠니 참배를 군국주의의 부활이라 규정하면서 센카쿠 인근에서 자국 해·공군의 압박과 모험행위를 정당화하고 군사적 능력 확대를 추인하는 기제로 활용하고 있다. 자국이 일방적으로 감행한 방공식별구역(CADIZ) 논란에 따른 국제적 부담도 야스쿠니로 인해 경감되고 있고, 시진핑 주석의 국내정치적 입지도 강화될 것이다. 흥미롭게도 중·일 양국은 야스쿠니와 센카쿠를 통해 군사력 증강을 수반하는 전략적 경쟁을 가속화하며 국내 지지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국익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한국정부는 일본의 역사인식이 동북아 대립 상황의 본질이란 논리를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일본의 외교적 고립을 이끌어내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현실은 복잡하다. 동북아는 역사문제란 근대이행기에 발생한 독특한 지역문제와 지극히 근대적인 전략적 경쟁이 복합되어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발은 분명 일본의 외교적 위상에 손상을 주겠지만 일본 고립으로 이끌어가기까지는 중국과의 공조가 필수이다. 그러나 역사문제를 통해 전략적 이득을 취하려는 중국의 속내를 고려하면 보다 고단수의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은 일본정부의 성의 있는 대응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한·중 공조를 취하되, 보다 중요하게는 동북아 안정에 심대한 불안 요인으로 등장한 중·일관계의 중개자로서 양국간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중견국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두 강대국간 경쟁이 평화적 수단으로 이루어지도록 역내 협력지향적 제도화를 이끌고 역사문제가 강대국의 전략적 이슈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한국이 역사문제의 탈안보화, 탈정치화의 지역규범을 제정하는 역할을 자임하려면 그 전제조건으로 모범국가로서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안으로 교과서 검정을 놓고 이념적, 정치적 갈등을 겪으면서 밖으로 중견국의 중개자 역할을 담당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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