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 역사와문화]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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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14-02-11 14:54 조회4,011회 댓글0건본문
Ⅳ. 근대 이후: 전통을 품은 선(禪)과 화엄의 새로운 산실
4. 오대산 중흥의
버팀목 – 만화희찬
만화 희찬(萬化喜贊, 1919~1983) 스님은 오늘날의 월정사
대가람을 일군 주인공이다. 오늘날 월정사는 모두 만화 희찬 스님의 주도아래 이루어졌다. 현대 월정사를 일으킨
중창주인 셈이다.
만화 스님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월정사 불사를 원만하게 이끈 데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오대산은 한암
스님을 정점으로 탄허 스님,만화 스님으로 이어지는 맥을 정통으로 삼는다. 특히 한암 스님의 사상적
수행적 풍모를 얼마나 익히고 배웠느냐가 오대산의 맥을 잇는데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만화 스님은
한암 스님을 곁에서 모시고 스님의 가풍을 몸으로 체화한 분이었다. 중창이 한창이던 1960년대, 월정사는 어려운 형편
가운데서도 대중이 많았다. 상원사에는 늘 공부하는 수좌들이 넘쳤고 대강백 탄허 스님을 모시고 배우려는 학승들도
많았다. 이 많은 대중들을 공양하고 불사를 하려면 무한대의 책임감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그것을 묵묵히 감내한
것이 바로 만화 스님이었다. 또한 스님은 한암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새벽예불, 참선, 간경 등 수행자로서
지켜야할 도리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지켰다. 월정사 최고 소임자로 책임을 지녔지만대중과 논의하며 함께하는 원융살림을 살았다. 삼보정재를 소중히 여기고
아꼈다. 이러한 수행자로서 원칙이 많은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믿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만화 스님은 1922년 7월 1일 평안북도 덕천군
풍덕면 풍덕리에서 태어났다. 속명은 장인찬(張寅燦)으로, 인동 장씨인 부친 장원국(張沅國)과 모친 주이룡(朱二龍) 사이 4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39년 오대산 상원사로 입산, 한암 스님을 만났다. 장손을 일제 징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집안 어른들이 스님의 입산을 결정했다. 이 해 3월 27일 탄허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8월 22일 한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상원사 강원에서 대교과를
졸업했다.
스님은 승려의 기본자세로 늘 어른에 대한 복종과 가람수호를 강조했다. 스님의 어른에 대한
극진함은 사회적으로도 유명하다. 1945년부터 상원사 총무로 대중 외호에 전념하였으며 한암 스님을 목숨을 걸고 시봉한 뛰어난
효상좌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한암 스님이 모두 안전지대로 피하라고 했지만 스님은 한암 스님을
시봉한 평등성 보살과 함께 ‘조실 스님만 남겨두고 떠날 수 없다’며 끝까지 남아 한암 선사의 좌탈입망(坐脫立亡)을 지켜보았다. 한암 스님이 입적한
뒤 법구를 상원사 인근 골짜기에서 만화 스님과 범룡 스님, 군인들이 함께 다비를 했다. 다비를 한날 밤, 만화 스님을 비롯한
군인들은 방광을 목격했다.
만화 스님은 한암 스님으로부터 배운 승가오칙(僧家五則)을 평생 실천했다. 승가오칙은 참선, 염불, 간경(看經), 의식(儀式), 가람수호로 한암 스님은
이를 수행자가 실천해야할 덕목으로 삼아 가르쳤다. 만화 스님은 평생 이를 지켜 매일 아침 예불 때 전 대중이 천수를 치고, 기도 한 시간, 참선 30분을 지키도록 했다. 사시예불 때에도 대예참을
하고, 염불을 상좌나 학인들에게 직접 가르쳤다. 축원도 하루 세 번을 직접 하였다. 스님은 제자들을 가르칠
때 늘 한암스님의 예를 들어가며 가르쳤다. 대중들이 예불을 싫어하면, 이렇게 강조했다.
“한암 스님은 큰스님으로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셨고, 선을 주로 하셨지만 경을 등한시 하지 않았고, 중은 부처님 밥을 내려
먹을 줄 알아야 하므로 불공은 기본적으로 할 줄을 알아야 한다.”
한암 스님은 손상좌인 만화 스님에게, 진정한 수행자란 말과
행동이 같고 이를 실천하는데 있다고 훈계했다. 생전 만화 스님이 상좌에게 들려준 한암 스님의 가르침은 다음과 같았다.
“네 몸뚱이는 부모로부터 받아 태어났고 그 밑에서 자라왔다. 그러나 현재는 머리를 깎고 먹물옷을 입었다. 껍데기는 완전히 세속을 여의고 출가하여 새로 태어났다. 겉모양은 출가승이라고 하지만 참 마음에는 그러하지 못하다.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부모 형제 모든 권속을 여의고 이제 출가하였다. 부모 형제 모든 것을 버렸는데 항차 부귀 명예 등 세속적인 모든 것을 버리지 못하면 그것은 참된 출가가 아니다. 출가하지 아니한 사람은 속인이지 참 중이 아니다. 중노릇 잘하라는 것은 껍데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속속들이 중 생각을 갖고 실천하라는
것이다. 네가 정말 중노릇을 잘하겠느냐? 내가 보기엔 껍데기로는 중같이 보인다만 참으로 네 마음이 중 마음인지 속인 마음인지는 네 자신이 알 것이다. 네가 중노릇을 잘하겠다면 오늘부터 나를 시봉하고 그럴 자신이 없으면 물러가거라.”
(<만화스님의 상좌 현종거사의 회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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