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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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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14-08-27 11:52 조회4,2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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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 100년
                    
많은 이들이 이미 오래전에

사회주의의 부음을 접했다고 생각한다.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됐으니 사회주의도 사라진 걸까.

 
소련과 동유럽에 들어섰던 공산주의 정당은

사회주의의 일부에 불과하다.

다만 현재의 서유럽 사회주의 정당들은

불투명한 전망과 새로운 변혁을 위한 동력의 부재로

한 세기 전에 비해 크게 활력을 잃었을 뿐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사망한 1883년 이후

유럽 사회주의 역사는 흥망과 성쇠가 교차하는

역동적인 드라마였다. 


 
<사회주의 100년>은 5권짜리 유럽 문화사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영국 역사학자 도널드 서순이

제2인터내셔널이 열린 1889년부터 1996년까지

약 100년에 걸친 서유럽 좌파 정당의 역사를

무려 1792쪽에 이르는 분량으로 집약한 책이다.

1996년 출간된 원서도 1000쪽이 넘는다.

한국어판은 방대한 분량 탓에 두 권으로 나뉘어 출간됐다.


 
<사회주의 100년>이 전 세계 모든 사회주의의 역사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20세기 서유럽 좌파 정당의 흥망성쇠’

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책이 다루는 범위는 지역적으로

서유럽에 한정된다. 이 책은 사회주의 사상의 역사나

사회주의 활동가들의 역사도 아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본주의의 발전, 민족국가,

국제적인 제도, 지배 이데올로기, 과거 등의 제약에 직면한

사회주의 정당들에 대한 비교 역사”가 이 책의 초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책은 제2인터내셔널이 열린 1889년 7월14일에서 시작한다.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을 제공한

파리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이 일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이날

유럽 19개국 사회주의 단체 대표 400명이 파리에 모였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맞아

부르주아들의 떠들썩한 축제가 벌어지고 있던 파리에서

사회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우리의 목표는 노동자 해방, 임금노동 철폐,

모든 남녀가 성별이나 국적에 관계없이

노동자가 생산한 부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 제정, 하루 8시간 노동,

아동노동 철폐 등 이날 채택된 결의안은

유럽 사회주의 정당들이 이후 100년 동안

비교적 일관되게 지켜나간 원칙들이다.


제2인터내셔널에 참석했던 사회주의자들은

“개혁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노동계급의 삶이

과거보다는 견딜 만하고 품위 있어질 것이며,

노동자들 스스로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조직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1914년 이전에도 노동운동은 존재했지만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는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시기에 노동운동을 지배했다.


사회주의가 노동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사회변혁의 목적과 전략을

다른 그 어떤 이념보다도

단순하고 강력한 표현으로 집약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사회체제는 불공평하다”

“지금의 사회체제는 바뀔 수 있다”

“사회체제의 변화는 운명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직을 결성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세 가지 명제로 무장한 사회주의는

사회를 바꾸고 싶어하는 열망을 지닌 이들에게

분명한 방향성과 확실한 행동지침을 제공했다.


 
마르크스주의는 1891년 독일 사회민주당의

공식 이데올로기가 된 후 공산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을

포함한 유럽 좌파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유럽 좌파의 이념적 주춧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자(사민주의자)들은

공산주의자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공산주의 정당이 마르크스가 설파한

‘자본주의의 필연적 붕괴’를 지향한 반면,


사민주의 정당은 선거에서

보수주의·자유주의자들과 경합해

정치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정치의 힘으로 자본주의를 변화시키고자 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사회주의’란

대부분 이러한 노선을 채택했던 사민주의를 가리킨다. 

책은 크게 1945년 이전의 사회주의,

자본주의의 황금기였던

1945년부터 1975년 사이의 사회주의,

1980년 이후의 사회주의 역사를 분석하고 있는데,

1945년 이전의 역사는 전체의 약 10%에 불과하다.

이는 저자의 관심이 1945년 이후 때로는 점진적으로

때로는 급격하게 이뤄진 사회주의

쇠퇴의 역사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지점은

저자가 말하는 “사회주의의 딜레마”다.


“사회민주주의의 딜레마는 복지국가나

부의 재분배 같은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 진영의 개혁이

사회의 평화와 소비재 시장을 확대해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데 있다.복지국가와 부의 재분배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강력한 자본주의가 필요하다.”


사회주의자들은

“궁극적으로는 사회 개혁이 발전·확대되어

자본주의가 소멸되는 날을 앞당길 수 있다”고 믿었지만,

사회주의자들의 강력한 재분배 정책과 복지정책에 힘입어

성장한 자본주의는 사회주의 정당들이 정치 권력을

상실하는 순간 사회주의 정당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자본주의가 국경의 범위를 넘어 세계화하면서

국가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정당의 규제 압력에서

벗어나게 된 것도 사회주의의 딜레마를 가중시켰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의 성취(복지, 교육, 시민권)가

국가의 영토적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동안,

자본주의는 세계를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떨까. 저자는

2014년판 서문에서 서유럽 사회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때 2007년에 시작된 경기 침체가

좌파의 부활을 앞당길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저자는 현재 유럽 좌파 정당들 중 정권을 잡고 있는

정당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많은 사람들이 1929년 대공황과 비교하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사회주의 부활을 위한

도약대가 되기는커녕 자본주의의 승리를 재확인하게

해줬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주의자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이렇게 요약한다.


“즉 그들은 자본주의와 경제성장,

그것이 줄 수 있는 번영이 필요하지만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자가 필요하지 않다.” 



서유럽 좌파는 이제 사회변혁의 꿈을 접어야 할까.

그러기에는 서유럽 좌파가 해놓은 일들이 너무 많다.

“서유럽 자본주의는 사회주의 정당의 압력에서

규제를 받았기 때문에 일본의 자본주의보다 덜 위계적이고

미국의 자본주의보다 인간적이었다. 이는 대단한 성과다.”

 
문제는 탈진한 사회주의자들이다.

그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충고는 따끔하다.

“좌파 정당들은 수세에 몰린 채

새로운 비전을 거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방어 전략은 일시적일 때만 통한다.

정치의 핵심은 이기는 것이지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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