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평창 동계올림픽
페이지 정보
작성자 원행스님 작성일17-12-08 14:28 조회3,499회 댓글0건본문
지난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은 1978년 우리나라 지진 관측 이래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입니다. 하지만 피해는 경주보다 5배나 큽니다. 주택이 무려 3200여 채나 피해를 입었고 복구비는 1천5백억 원에 달하는데, 지진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피해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수능까지 연기될 정도로 우리에게 지진의 심각성을 알려준 재해였습니다만, 실은 이 같은 지진을 일찍이 예견하신 선각자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불교계의 대강백(大講伯)이자 오대산의 큰 법맥(法脈)인 탄허(呑虛) 스님입니다.
탄허 스님은 1974년, 일본 열도의 대지진을 예측하며 한반도도 지진으로 인해 동해안이 가라앉고 대신 서해안이 융기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피해가 극심할 것이며, 그에 대한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지만, 몇 년 후인 1978년 일본의 고베에서 대지진이 발생했고, 2011년에는 후쿠시마에서 다시 대지진이 일어나 일본을 공황상태에 빠트렸습니다. 한반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산에서 개미떼가 이동한다든가, 울산에서 가스 냄새가 나는 등 이상한 전조가 있었고, 급기야 지난 해 경주 지진에 이어 이번 포항 지진이 일어나자 많은 사람들이 탄허 스님의 예언록을 다시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탄허 스님의 예언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지진에 대한 경고는 2007년부터 있었습니다. 그해 1월 20일 월정사 계곡 지하가 진원지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는데, 리히터 규모 4.8이었습니다. 서울에서도 건물의 흔들림을 감지할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지진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이후 한반도의 지진이 점점 잦아지고 강도도 세지고 있다며 경고했습니다. 어떤 과학자는 한반도에 ‘지진의 눈’이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한반도 지각(地殼) 판의 균형이 어느 순간 깨질 수도 있으며 한반도가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고는 무시됐고, 이후 지진에 대한 과학적 대비는 전혀 없다가 경주와 포항의 지진을 맞은 것입니다.
만약 강원도에 지진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르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많은 지역이 동해안을 끼고 있어 지진 해일에 취약하고, 화천 ‘평화의 댐’도 취약한 단층대 위에 건설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더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에 활성단층이 몇 곳이나 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안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천재(天災)에 대비하는 매뉴얼이 시급합니다. 전문적인 연구, 대책 마련, 그에 대한 입법 후 위기대처 매뉴얼이 빠르게 완성되어야 하는데 너무 늦습니다. 그래서 재난 대비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할 것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평화와 문화의 올림픽으로 치러 국운을 상승시키고 국격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데 최근 어두운 소식이 몇 가지 들려와 마음이 무겁습니다. 러시아의 도핑 건도 그렇고, 몇몇 국가에서 북한 핵으로 인한 안전문제를 염려한다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지진까지 걱정해야 한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르는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천재지변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비는 사람의 힘으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더 관심을 갖고, 더 꼼꼼히 따져보고, 더 완벽한 매뉴얼을 작성해 우리나라의 안전은 물론,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