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희찬스님 시봉이야기 출판법회/ 저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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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스님 작성일17-09-24 22:53 조회2,667회 댓글0건본문
소승의 출판법회를 성원해주기 위하여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시다니 죄송하고 염치가 없습니다. ㅇㅇ 큰스님, ㅇㅇ큰스님, 그리고 한마음 선원의 여러 도반님들, 또 대전의 자광회와 서울의 자광회 신도님들, 전국의 불자님들, 더하여 에세이스트작가회의 문우님들, 대단히 감사합니다.
만화 큰스님께서 열반하신 지 올해(정유년)로 34년이 흘렀습니다. 만화스님의 일생은 출생에서 열반까지 근대 한국불교 100년사와 오대산 불교 100년사와 궤를 같이 합니다. 따라서 은사스님의 일생을 짚어보는 일은 근대 한국불교의 역사와 화엄성지 오대산 불교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핍진하게 돌아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며 미래입니다. 지워진 역사를 복원하여 오늘의 진실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살아난 과거가 미래를 열어줍니다. 이것이 소승이 부족하나마 이 책을 집필한 이유입니다.
만화스님은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와 월정사에서 출가한 그날부터 상원사 법당에서 열반하시기까지 격동의 역사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파란만장한 수행자의 일대기를 보냈습니다. 오로지 한암 회상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면서 월정사 중창불사에 전부를 바치신 분입니다. 1983년 12월 1일 상원사에서 열반하셨으니 세수 64세, 법랍 45세. 소승의 은사, 만화 큰스님의 일생은 그대로 오대산 화엄성지의 거대한 기둥이며 꺼지지 않는 등불입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은사스님은 늘 소승 곁에 계십니다. 소승이 멍청한 망상에 빠지거나 멍청한 짓을 하면, 금방이라도 나타나 매섭게 경책을 하고 물푸레나무 회초리로 치실 것 같습니다. 불호령을 내리신 뒤 그게 또 마음이 아파서 꿀물을 한 대접 타서 소승의 방으로 보내주실 것만 같습니다.
소승이 비록 멍청하긴 하더라도 화엄의 성지 오대산 월정사에 출가한 인연이 크고, 또 이곳에서 역사의 질곡을 함께하며 보고 듣고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가난한 필체로라도 기록해 두어야 할 의무를 느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나마 화엄 성지의 역사를 후대에 전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그러나 수행자인 소승 개인의 입장에선 또 하나의 업식종자(業識種子)임에 틀림없습니다.
책을 낼 때마다 큰스님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한암스님께선 일찍이 “소위 본색이 납자인 자가 입을 열어 지식을 과장하며 글 쓰는 것을 일삼아 가지를 당겨오고 넝쿨을 끌어다가 지분(脂粉)을 발라서 무시겁래(無始劫來)의 업식종자(業識種子)를 희롱하여 생사의 뿌리와 싹을 일으킴”이라고 나무라셨습니다. 탄허스님께서도 또 망상을 피우는 멍청이 짓을 한다고 경책하실 것입니다. 탄허스께선 불교의 원전인 화엄경 대승경전만을 의존하라고 하셨습니다.
참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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