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문학상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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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 스님 작성일19-02-28 10:52 조회3,148회 댓글0건본문
격월간 에세이스트는 2019정경문학상 수상자로 『탄허 대선사 시봉이야기』의 저자 원행 대종사와 『사랑의 방명록』의 저자 박석구 씨를 선정했다.
1, 박석구씨의 《사랑의 방명록》
한 편의 글이 지닌 힘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솔직함’과 ‘진정성’이 으뜸이라고 한다면, 박석구씨의 글들은 그것에 딱 들어맞는다. 꾸밈없이 쓴 글을 읽다보면 독자도 모르는 사이에 작가가 표현한 장소와 시간들과 사건, 그리고 인물에 친숙해진다. 사랑하는 동생 명순을 잃고 쓴 애절한 혈육의 사랑, 중년에 이르러 느끼는 이성애에 대한 감정들도 정말 솔직하다. 귀향에 이르면 우리네 짧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종당에 그는 ‘온 삶을 움직여서 상처를 입은 나와 온몸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견디어 온 나무들 사이에 바람을’ 본다. (그는 온갖 나무들이 내는 바람소리도 식별하는 귀를 가졌다.) 그동안 잡초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살아왔다면 ‘이젠 잡초처럼 살 것이다. 베어도 베어도 다시 일어나는 생명력을 배우는 중’이라고 말한다. 고향집으로 돌아와 모두 내려놓은 낮은 마음-그 방하착放下着의 자유를, 뒤늦게 찾아온 소박한 평안을 우리는 경이롭게 바라보게 된다. 수필의 미학이다.
2, 이원행 대종사의 《탄허 대선사 시봉 이야기》
약관의 나이에 월정사로 출가한 원행스님은 탄허 대선사 열반 때까지 20여년을 시봉하였다. 이 책은 탄허선사의 시봉만이 아니라 10·27불교법난 등 우리나라 근현대 100년간의 불교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영국수상 처칠이 세계제2차대전 《회고록》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수필로 쓰여진 르포문학이었다. 수필의 사회적 참여의식 부족을 탓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수필의 영토확장을 위해서도 이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탄허선사의 필생 역경사업인 《화엄경》에 대한 가르침도 자별하다. ‘하나 속에 전체’(一卽多 多卽一)가 사사事事 사물이 중중무진 연기(緣起)로 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다 포함된 화엄의 세계, 세계와 우주는 한 덩어리 생명체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너른 바다를 보아라. 뵈지 않는 잔고기부터 산더미만한 큰고기까지 다 들어 산다. 새우도 있고 멸치도 있고 상어도 있고 고래도 있고 거북이도 있다. 이 모든 고기들이 있어야 바다생물들은 서로 살아갈 수 있고, 만약 잔고기들이 시나브로 사라지면 종당에는 큰 고기도 살아남을 수가 없는 죽음의 바다가 되는 것이다. 이 세계도 그와 다르지 않느니라.” 탄허선사의 말씀을 소개하며 원행스님은 이렇게 덧붙인다.
“이것이 바로 화엄세계일 것입니다. 화엄의 세계에서는 대소(大小)와 상하(上下)와 미추(美醜)와 진위(眞僞)와 곡직(曲直)이 우열로 차별되지 않고 다만 차이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차이를 고유의 속성으로 존중 받게 되면 각자는 자유로이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포식자와 피식자가 천적으로만 규정된다면 세계는 비극의 피바다입니다.”
원행스님의 글을 읽는 즐거움은 깨달음을 얻는 것만큼 크고 기쁘다. 편안하기 그지없는 문체, 꾸밈없는 묘사, 모두 세속을 떠났으되 중생을 낮춰보지 않는 너그러움과 담대함이 탄허대선사를 만나 절정을 이룬 듯하다.
두 분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이경자. 맹난자(글). 김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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