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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백우년의 희망(도민일보 양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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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2-05 14:57 조회9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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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일보(2021 02 15일자)

 

 

2021 백우년(白牛年)의 희망

 

원행스님 오대산 월정사 선덕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에는 조선 왕조의 태동을 예언했다는 준경묘와 영경묘가 있다.고려 말 이곳에 묘를 쓴 이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증조부인 이안사(李安社).이안사는 고려 무신의 난을 피해 전주로 낙향한 이인의 손자인데,전주에서 말썽이 일어나자 가솔을 이끌고 삼척으로 피신했다.그런데 전주에서 다툰 전주 산성별감이 공교롭게도 이곳 삼척 안렴사로 부임하자,그를 피해 다시 해로를 통해 덕원부(의주)로 옮겼다.그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안사는 여진족까지 다스리는 등 세력을 크게 키워 후일 증손자 이성계의 세력기반을 만들어 주었다.

 

그 이안사가 삼척에 살 때,한 고승으로부터 이곳에 백우황금관(白牛黃金棺)’으로 묘를 쓸 명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활기리 능곡에 아버지의 묘를 썼다고 한다.소 백 마리를 마련할 길이 없어 흰 소를 썼고,황금관 대신 붉은 귀리 관을 써서 부친을 모셨는데,이 묫자리 덕분에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풍수가들에 따르면 이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자리라고 하는데,지금도 사방에 울창한 황장목이 예사롭지 않다.

 

2021년 신축년 올해는 흰 소의 해다.소는 우리에게 이익을 주면 줬지,해는 끼치지 않는 길한 동물이다.앞의 준경묘이야기에서도 보듯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우리 삶을 도와주는 소중한 동물이다.불교에서는 특히 소를 깨달음과 비유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심우도(尋牛圖)’가 그것인데,소를 찾는 행위를 수행과정에 빗댄 것이다.흙 소가 흰 소로 변하여(깨침) 귀가(성불)하는 과정을 열 폭의 그림으로 표현하여 법당 주변에 벽화로 그려놓고 있다. 목우도(牧牛圖) 또는 십우도(十牛圖)라고도 부른다.

 

열 폭의 그림을 좀 더 설명하면,소를 찾아 나서는 심우(尋牛)부터 본성의 자취인 발자국을 발견하는 견적(見跡),본성을 발견한 견우(見牛),본성을 깨닫는 득우(得牛),마음을 잡고 길들이는 목우(牧牛),소를 타고 피안의 세계로 향하는 기우귀가(騎牛歸家),깨달음을 성취하는 망우존인(忘牛存人)과 인우구망(人牛俱妄),열반의 경지에 드는 반본환원(返本還源),다시 중생세계로 나가는 입전수수(入廛垂手)에 이르기까지 깨달음을 얻고 해탈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홍수 때 섬진강이 범람하자 소 떼가 구례 사성암까지 올라가 화제가 됐다.평소에도 산 아래에서 해발 531m 사성암까지는 1시간 가까이 걸리는 먼 길인데 큰물을 피하려고 그곳까지 오른 소 떼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어떤 사람은 불교의 심우도를 떠올리기도 하고,어떤 사람은 삶과 죽음,윤회와 환생을 생각하기도 했다.

 

호시우행(虎視牛行).‘호랑이처럼 노려보고 소처럼 간다라는 뜻을 가진 고사성어인데,순천 송광사에 있는 고려 중기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비석에 새겨진 그의 가르침이다.당시 불교계 문제를 직시하고 개혁에 앞장선 지눌 스님의 생애를 표현한 것으로,상황을 예리하게 꿰뚫어 보며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그 후엔 신중하고 끈기 있게 행동하는 것을 강조할 때 쓰인다.1년이 넘도록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미래가 다가오는 속도를 급격하게 높였다.우리들의 생각과 상상력의 탄력성과 과감성도 이에 맞춰 급격하게 늘어나야 한다.하지만,실행은 소처럼 우직하게,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한국불교 초대 종정 한암 스님과 그의 제자 탄허 스님은 세계를 지도하고 선도할 국민은 한국인이라고 말했다.또 민주주의나 공산주의 같은 이념이 아니라 동체대비(同體大悲),화엄사상(華嚴思想)만이 우주 인류를 구제한다고 천명했다.

 

위기는 기회다.올해는 흰 소와 더불어 코로나19가 소멸하고 전 인류가 일상의 행복을 찾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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