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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 하라(강원일보 8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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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08-14 10:05 조회2,1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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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 하라

 

원행 스님 오대산 월정사 선덕

조계종 원 로 의 원

 

 

`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 `변하지 않는 것으로 만 가지 변화에 대응한다'는 뜻으로 베트남의 독립을 이끈 호찌민이 한 말로 유명합니다.

 

호찌민은 공산주의자 이전에 민족주의자로서 계급을 초월한 민족의 단합을 외쳤던 베트남의 최고지도자였습니다. 베트남 국민의 추앙을 받았지만 어떤 부귀영화도 누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원칙의 중요함을 강조한 이 말은 베트남 국민에게 큰 울림을 줬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고유한 철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도 광복 후 환국을 앞두고 이 말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탄허 스님께서는 1960년대 ()이란 변하는 것이며 음()과 양()의 변화로 8괘와 64괘로 변하는 것이라 하셨고, 역학(易學)으로 베트남은 화극금(火克金)의 도리로서 미국의 군사력과 자본력으로도 이길 수 없다는 예언을 해 적중시키셨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보여준 베트남의 유연성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도이모이(Doi Moi)' 정책입니다. 베트남어로 `변화하다'라는 뜻의 `도이'`새롭게'라는 뜻의 `모이'가 합쳐진 용어로 `쇄신'을 의미합니다. 사회주의 체제와 시장경제 체제를 조화시켜 새로운 길을 모색한 정책입니다. 이를 통해 베트남은 지난 수십 년간 6~8%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며 동남아시아의 용()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정책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 베트남 민족의 자주적 원동력을 기반으로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대응해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반만년 역사 동안 하나의 나라를 지켜 온 베트남의 민족 공동체는 뛰어난 칼보다 그 칼을 쓰는 민중의 사상적 단결을 원동력으로 삼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위대한 사상가들도 우리 영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대하게 섬겼습니다. 그리고 하늘처럼 위대한 사람들은 스스로 새로운 역사의 주체임을 깨쳤습니다.

 

현재 가깝고도 먼 이웃에 포위된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는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합니다. 지난해 12월 동해에서 벌어진 일본 초계기와의 대치가 그렇고, 얼마 전 중·러 항공기의 영공침범과 일본의 경제보복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국민의 단합과 나라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대처하고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인가에 대해 숙고해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 모두는 각자 제 위치에서 지식이 아닌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고려 시대 서희는 거란 장군 소손녕과 담판함으로써 강동 6주를 고려 영토에 편입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배가 12척밖에 남지 않았으나 뛰어난 병법으로 왜군을 퇴치했습니다. 때로는 방어하는 고슴도치의 자세와 때로는 여우의 교활한 재능도 필요한 것입니다. 이를 요즘 말로 하면 `외교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을 기반으로 유연하게, 흥분하지 않고 대처하는 지도자와 민중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즘입니다. 지난 100년을 기록하고 기억하며 향후 100년을 설계하고 개척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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