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기자간담회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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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스님 작성일18-05-10 01:21 조회2,612회 댓글0건본문
새 시대의 과제―어떻게 윤리를 세우고 상생의 조화를 이룰 것인가
탄허 큰스님께서 생전에 말씀하시길, 머지않아 우리나라에 위대한 인물들이 나와서 평화적 통일을 이루고 국위를 선양할 것이며 우리가 정신적 주도국이 된다고 했습니다. 큰스님은 10년에 걸쳐 대방광불화엄경 역경 불사를 하셨습니다. 이 화엄경에 의해 우리 세계를 통찰해 보시고 남북통일을 예언하고 그 통일은 평화적으로 어느 날 도둑처럼 올 것이다 했습니다. 그리고 화엄사상으로 서로 상생의 조화로운 세계를 열어 세계의 정신적 모범이 될 것이라 했습니다. 의상조사의 법성게에 일중일체 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 일즉일체 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즉,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이니, 하나의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다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화엄의 본체입니다.
또 큰스님은 주역을 공부하셨고 또 김일부 선생의 정역을 공부하셨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주역(周易)은 알아도 정역(正易)은 잘 모릅니다. 역에는 복희팔괘가 있고 문왕팔괘가 있고 정역팔괘가 있습니다. 괘란 역학(易學)에서 자연계와 인간계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기호체계입니다. 주역은 중국 중심이고 군자의 통치술 중심으로 3,000년 전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역(易)입니다. 정역은 120여 년 전 충청남도 연산(連山) 사람 일부(一夫) 김항(金恒) 선생의 새 시대의 세계역입니다. 아직도 주역만 신봉하면서 정역을 무시하는 이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천지가 변화하는 줄을 알지 못합니다. 역은 본디부터 생성과 변화와 전환의 학(學)입니다. 3,000년이 지났으니 천지는 많이 변화했습니다.
공자(孔子)의 계사전에도 쓰여 있습니다.
“만물이 끝나고 만물이 새로이 시작하는 때에 간방보다 그 이치에 있어 더 번성할 곳이 없다(終萬物 始萬物 莫盛乎艮).”
그 변화한 천지의 이치를 꿰뚫어본 것이 정역입니다. 정역은 후천개벽이 ‘기위친정(己位親政)’으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합니다. ‘기위(己位)’는 우주의 12간지(干支) 중 여섯 번째인 ‘대황락위(大荒落位)’로 밑바닥, 꼬래비입니다. 이 밑바닥 꼬래비가 지구자전축이 움직여 ‘친정(親政)’ 즉 임금 위치를 회복한다는 뜻입니다. 이때가 후천개벽, 우주 대변동의 때라는 것입니다.
2016년 2017년 정초까지 광화문 광장에 1,700 시민이 촛불을 들고 일어나 정권교체를 이뤄냈습니다.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 그 평범한 시민들, 가난하면서도 열심히 살아온 성실한 사람들이고 어린아이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막 모여들었어요. 밑바닥이고 꼬래비가 모여서 판도를 뒤집어버린 것입니다. 세계인들이 놀라워하지 않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인품이 대단하고 학식이 엄청나고 지도력이 탁월해서 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그를 존경하는 것이 아닙니다. 광장의 촛불 시민들이 세운 대통령이기 때문에 광장의 시민들의 대행자이기 때문에 존경하는 것입니다.
평창올림픽은 결국 세계 평화올림픽이 되었고 지금 세계정세는 놀랍게도 급변합니다. 4월 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열었습니다. 두 분은 군사분계선에서 악수를 나눈 뒤 나란히 남한 땅을 밟고 또 손을 잡고 북한 땅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실시간 생방송되는 그 순간을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다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그 순간, 이미 통일은 마음속에서 이뤘습니다. 전 셰계인의 응원을 받으며 통일을 이룬 겁니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긍정평가가 90프로가 넘어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윤리를 세우고 상생의 조화를 이뤄나갈 것인지를 연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새 시대의 과제입니다.
올해로 탄허 큰스님께서 열반하신 지 35년이 지났습니다. 큰스님께서 “믿거나 말거나!”하며 말씀하신 그 수많은 예측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반신반의했으나 이제 우리는 뚜렷하고 구체적이며 엄연한 사실을 눈앞에서 목도합니다.
일본의 대지진과 핵 재앙을 예언하셨고 북극의 빙하가 녹아 지구의 자전축이 바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과학계에선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는 바람에 23도 5분 기울어져 있던 지구의 자전축이 해마다 영국 쪽으로 16~18cm씩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준비 없이 당하는 재앙은 말 그대로 재앙이지만, 예측하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재앙은 오히려 새로운 전환점일 수도 있습니다. 탄허 큰스님께서는 이미 4~50년 전 지구의 미래를 우주론적 관점에서 예측하셨습니다. 그에 따른 준비와 대처는 오로지 지금 현 세대의 몫임에 분명합니다. 지금이야말로 큰스님의 삶과 사상과 철학을 되돌아볼 때입니다.
소승이 미력하나마 이 책을 엮기로 한 것은 큰스님의 예언을 되새기며 자연적 사회적 재앙에 대처하자는 세속적 제시가 아닙니다. 대재앙의 시기에 우리의 마음자리를 어찌해야 할지를 큰스님의 일상생활의 모습을 통해 다시 가다듬자는 생각입니다.
소승도 박근혜 정부의 출범 이후 우려스러운 점이 많았습니다. 급기야 2013년 11월 28일에는 조계종 스님 1012人의 시국선언문을 소승이 조계사에서 낭독하였습니다만, 그 일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옳지 못한 것을 보고 옳지 못하다고 말하거나 실천하자면 엄청난 고통과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그러기에 남다른 용기가 필요합니다.
촛불시민이 정권교체를 이뤘습니다. 세계 역사에 전무한 이 평화적 시위를 지켜본 세계인들은 우리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문재인 정부가 새로 들어섰을 때 국제정세는 최악으로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 이미 상주에 사드가 들어왔고, 중국은 이를 문제 삼으며 경제제제를 가했고 북한은 무모한 핵실험을 계속하면서 전쟁의 공포를 자극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호전적인 강경자세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습니다. 몇몇 나라에서 2018평창올림픽에 불참을 검토하는 중이라는 소식이 연일 들려왔습니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출발부터 수많은 난제에 부닥쳐 사면초가였지요.
그때 소승은 강원일보나 도민일보의 지면을 통해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어야 한다고 간곡한 글을 써서 발표했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여러 차례 제언했습니다. 그것은 소승만의 희망이 아니라 전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인의 희망이었고, 일찌기 탄허 큰스님께서 내다보신 세계평화의 중심국이 되려는 마지막 깊은 어둠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깊은 어둠에 일말의 서광이 비쳐들기 시작한 것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석하겠단 의사를 보이면서입니다.
이제 우리는 통일을 공부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통일이란 분할되어 있던 것들을 합쳐서 하나의 조직 또는 체제나 체계 아래로 결집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좋은 얘기지요. 그러나 가만히 세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통일은 거의가 무력에 의한 약육강식의 형태를 띱니다. 화엄의 세계에선 그런 통일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사물사물이 중중무진 연기되어 상즉상입하며 원융무애하기에 서로 개체성을 가지면서도 전체로서 조화로운 세계가 화엄의 세계입니다. 화엄의 세계에선 모든 존재를 선악, 우열, 미추로 분별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합니다. 세계와 우주는 한 덩어리 생명체입니다. 미워서 윽박지르고 나쁘다고 잘라버리고 못났다고 죽여버리는 것은, 자기 생명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입니다. 손가락이 못났다고 잘라버릴 겁니까? 콧물을 줄줄 흘리는 코가 미우면 코를 떼어낼 것입니까? 결국 세계 내 모든 존재를 자기의 확장으로 보는 것이 화엄의 세계입니다. 따라서 반드시 쳐부숴야 하거나 궤멸시켜야 할 존재는 없습니다.
소승의 생각으론 길이 열려 서로 내왕을 하면 그것이 곧 일통입니다. 어쩌면 이제 우리는 통일이란 단어 자체를 폐기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지요. 본디 일체가 원융무애하여 서로 걸림이 없고 막힘이 없는데 어리석은 분별이 우리 자신을 감옥에 가둔 것입니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고 한면은 휴전선입니다. 조그만 땅덩어리는 섬보다도 답답합니다. 이 답답한 땅에 우리는 갇혀 있었지요. 한반도가 대륙의 문이라지만, 허명일 뿐 우리는 대륙으로 나아가는 육로를 폐쇄 당한 채로 70여 년을 견뎠습니다. 그러면서 대륙으로 가든 무역을 하든 엄청난 비용부담을 짊어지고 왔습니다. 남북의 길이 열리면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이 엄청날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국민의식도 대륙적으로 커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남북한도 서로 존중하며 내왕하다 보면, 서로 중중무진 영향을 주고받으며, 차별 속에서 평등, 평등 속에서 차별, 즉 다름을 인정하고 같음을 공유하며 상생하는 조화로운 화엄세상을 열 수 있습니다. 각성된 민중이 반드시 그 세상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역사적 변혁의 서막이 이곳 오대산자락의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열렸음은 자못 신령한 일입니다.
이 책 7부는 소승이 2016년부터 강원신문과 도민신문에 게재한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이 되게 하자는, 국민과 위정자들께 올리는 간곡한 청원을 수록하였습니다. 8부는 탄허 큰스님의 생생한 육성으로 엮어진 대담을 실었습니다.
역사는 단절이 아니라 연속성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엮여서 역사를 이룹니다. 과거 없는 현재나 현재 없는 미래는 있을 수 없습니다.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를 보라! 이것이 역사의 인연법입니다. 큰스님께서 생전에 하셨던 말씀들을 현재와 미래의 큰 경책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더불어 소승 자신에게 던지는 자경(自警)입니다.
나무아미타불!
2018년 5월 10일
오대산인 원행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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