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싹튼 평화협정(강원일보 4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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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 스님 작성일18-04-23 11:02 조회2,594회 댓글0건본문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놀랍다. 올 초만 해도 4월 위기설, 북한 정밀 타격, 참수설 코피작전 말까지 나오면서 만약 전쟁이 벌어진다면 1주일 만에 몇십만명의 희생자가 생길 것이라는 흉흉한 전망이 우리를 어둡게 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한반도에는 기가 막힌 반전이 펼쳐지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남측 판문점에서 개최되고, 북미 정상회담, 6자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중 핵 타결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회담은 아무래도 북미 정상회담이 아닐까 싶다. 회담 장소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평양, 워싱턴, 판문점, 제주도, 그리고 제3국인 스웨덴과 스위스, 몽골의 울란바토르까지 거론되고 있다. 소승은 평창을 추천하고 싶다. 평창은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의 씨앗이 움튼 곳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없었다면 세계 평화의 첫걸음은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가 시작된 곳에서 완성하는 게 가장 좋다. `평화올림픽'을 모토로 했기에 상징성까지 갖추고 있다.
스위스나 몽골이 자국을 회담 장소로 빌려주겠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북미 정상회담이 갖는 세계적 이슈 때문이다. 평창이 회담장소가 된다면 지난 동계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세계의 이목을 끌고, 평창은 물론 우리 한반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원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 도(道)라는 상징성도 있어서 이래저래 회담장소로는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한반도 문제를 단판 짓는 회담을 굳이 다른 나라에서 할 필요가 없다. 한반도에서 개최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물론, 회담 장소는 북미 간 협의에 의해 결정이 나겠지만 우리 정부도 `운전자 론(論)'을 천명한 이상 평창을 추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올림픽 정신은 상생과 화합이다. 승리자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있지만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의 땀을 소중히 여긴다. 올림픽 정신과 이제 움트고 있는 세계 평화의 정신은 일맥상통한다. 올림픽이 열린 평창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여러모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또 하나 지난 올림픽 때 우리 국민은 놀라운 세계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자원봉사자는 물론이고 평창과 강릉의 시민들은 선수단과 관광객을 따뜻하고 친절하게 맞아줬다. 우리의 아름답고 전통적인 세계시민의식에 세계가 놀랐다. 이것이 대회 때만 발휘된 미풍양속이 아니라 국격을 올리고 글로벌 세계 시민의식이 성숙되는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평화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향유하고 지킬 세계시민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으며 극복되지 않은 역사는 반드시 반복된다. 평창에서 시작된 평화의 물결이 금년 남북협상 70주년을 맞이한 오늘 김구와 김규식 선생 등 수많은 민족 지도자가 남겼던 발자국처럼 다시 살아나 2000년 1차 정상회담, 2007년 2차 정상회담 그리고 오는 4월27일 남측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통틀어 전에 없던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잡았다. 이것은 천운(天運), 지운(地運), 인운(人運), 국운(國運), 시운(時運)의 합일(合一)이며 하늘(天)과 시대(時)와 나라(國)의 운(運)이 합일된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넘기면 나라에 큰 대운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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