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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한순간의 꿈 아니다(강원일보2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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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02-19 09:44 조회2,4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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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한순간의 꿈 아니다

 

원행스님 조계종 중앙원로회의 의원

오대산 월정사 선덕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봉행된 지 벌써 1주년이 됐다. 그날의 감동을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단순한 겨울 체육대회가 아니다. 그로부터 평창의 평화와 번영은 시작됐고, 이는 향후 100년간 인류사의 목표이자 지향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2017년 대한민국 1,700만명 시민의 촛불로 발현된 천지인(天地人)의 영험(靈驗)과 함께 세계 70억 인구의 감응(感應)으로 완성된 동북아와 세계를 향한 인류의 메시지인 것이다.

 

평창에서 발아된 평화의 씨앗은 일촉즉발의 핵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나 이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회담에서 70년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크다. 만약 평화협약까지 체결되면 남북한 8,000만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와 유엔을 포함한 전 세계의 평화 프로세스가 완성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출발점이 바로 평창이다. 그런데 평창올림픽 1주년을 즈음해 `평창춘몽(平昌春夢)'이라는 난데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가 수년간 땀 흘려 쌓아 온 평화의 탑은 비틀거리게 마련이다.

 

옛날 중국 한나라 때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나라 훤제(煊帝)는 미신을 타파한다며 원몽자(原夢者), 즉 해몽(解夢)하는 사람을 데려다 놓고서 시험을 했다. 꾸지도 않은 꿈을 만들어 해몽을 해달라고 한 후 억지로 풀어내면 혹세무민 죄로 목을 칠 작정이었다. 훤제가 원몽자에게 말했다. “네가 해몽을 잘한다고 하니 묻겠는데, 내가 간밤 꿈에 궁전 처마 끝에 있는 청기와가 난조(鸞鳥)라는 봉황새가 돼 날아가는 것을 봤는데, 그 꿈이 무슨 꿈이냐?”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원몽자는 폐하! 큰일 났습니다. 지금 궁중 안에 참변이 일어났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문밖에서 폐하! 아뢰옵니다!지금 궁중에서 두 사람이 싸우다가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훤제는 기가 막힐 일이었다. 자기는 일부러 꿈을 만들었는데 그 내용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때야 훤제는 사실을 말했다. “네가 해몽을 잘한다고 해서 시험해 보기 위해 일부러 꿈을 날조한 것인데, 어떻게 그 꿈이 잘 맞는 것이냐?”

 

원몽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몽시신유(夢是神遊), 꿈이라는 것은 바로 정신이 노는 것이지, 꿈만이 꿈이 아닙니다. 폐하가 한 생각을 일으킬 때가 벌써 꿈이며, 한 생각이 일어나면 꿈이 있고, 꿈이 있으면 이 우주는 일어나는 것입니다. 우주 주체성은 곧 우리의 생각인 것입니다. 만일 우리 생각이 없다고 할 것 같으면 이 몸뚱이는 송장일 뿐이고, 이 우주는 공각(空殼)일 뿐입니다.”

 

아무리 하찮은 생각일지라도 그 생각을 일으키는 순간 온 우주가 변한다는 말이다. 평창을 경제적 가치로만 따지면 춘몽일 수도 있다. 하지만 평화는 경제적 가치로 셈할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몇 십 배, 몇 백 배의 가치로 되돌아올 것이다. 따라서 20년의 준비와 삼수 도전, 전 국민의 염원과 감동을 `평창춘몽'으로 폄하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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