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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지혜(智慧) (강원일보 10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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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10-22 13:59 조회2,6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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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2018-10-22 () 19

 

평창의 지혜(智慧)

 

원행 월정사 선덕스님·조계종 원로의원

 

 

`평창(平昌)'은 평화와 번영을 의미한다.

 

하나뿐인 지구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평창의 씨앗이 발아한 지 8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한반도 남북 8,000만 민족의 지식이 아닌 지혜가 필요하다.

 

35년 전 열반하신 탄허(呑虛) 스님께서 예언하시길 지구에는 동극과 서극이 없으며 남극과 북극만이 남아있어 38선 도덕선이 무너질 때 어느날 잠자고 일어나면 성취된다고 항상 은유와 비유로 설파하셨다.

 

지난 3일 독일 통일 28주년 기념식에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통일은 서로 접근하고 귀 기울여야 성공할 수 있으며, 지금 당면한 도전이며,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 현재도 과정이며 머나먼 길이라고 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피스카 룝스코예 추모공원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굶어죽거나 전사한 시민과 군인들이 이름도 묘비도 없이 표지석만 덩그러니 100만명 이상 집단 매장돼 있다. 모스크바의 대조국전쟁 기념관 중앙홀에도 전쟁 영웅 47,000명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2차 대전 당시 소련의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2,000~2,700만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고 독일에서도 전사자 325만명 가운데 280만명이 소련군과 싸운 동부전선에서 숨졌다. ·서독 분단 1945년부터 1990년까지와 통일 전 1982년부터 헬무트 콜 정권의 10단계 통일방안과 실천, 198910월 동독사태 발생과 동년 11월 베를린장벽 붕괴를 상상하고 전승 4대국과 동·서독이 참석한 2+4회담(4차례 개최) 관계국들의 양해를 기억해 보고 특히 소련의 동의를 위한 대소련 경제지원 정책 추진을 기억하자.

 

1990년 전후 통일 과정에서 서독정부는 미국 등 서방뿐 아니라 소련의 양해를 얻는 데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즈음 헬무트 콜 정부가 이런저런 명분으로 고르바초프 정부에 지원한 자금만 200억 마르크, 당시 한화 12조원 상당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류 역사상 가장 처절한 전투를 치른 두 나라는 그렇게 전쟁을 마무리 지었고 패전국 독일은 통일을 이뤘다.

 

이에 비하면 동북아 상황은 매우 역설적이다. 2차 대전 후 동서 간 이념 대결이 이어지면서 패전국 일본의 책임은 유야무야되고 대신 한반도가 6·25전쟁에 이은 냉전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열전을 치른 남과 북은 냉전에 휘말려 65년째 정전 상태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선언 등에서 연내 `종전'에 합의했으나 북한의 비핵화와 국내외 `냉전' 기득권 세력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모처럼 기회를 맞은 우리에게도 이제 `냉전' 세력의 방해를 뚫고 `종전'과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지식이 아닌 지혜가 절실하다. 평창올림픽 설상과 빙상 위의 `영미!'를 외치는 세계 70억명의 함성과 유엔과 동구유럽에서 외치는 방탄소년단을 향한 젊은이의 함성을 경청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대의 변화와 미래 세대의 물결을 공부해야 한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며, 모방이 아닌 창조라 했다. 지금 우리 곁에 다가온 평화 분위기의 시작은 `평창'에서였다. 그 평창을 잊지말고, 그날로부터 다가온 평화를 기억하자. 그래서 남북한 이산가족을 위로하고, 안보·통일을 넘어 평화와 번영을 준비하고 계승하자. 그것이 우리 모두가 평창에서 배워야 할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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