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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스님 영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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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스님 작성일19-04-01 07:28 조회1,9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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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축총림 사부대중 초곡 속에

영결을 고하는 고원당 명정선사여

그 먼 공적의 길을 말 없이 혼자 가는가

그 깊고 걸죽한 고불의 진한 미소를

우리들 선금에 묻어두고

영축산 굽이 길을 그렇게 혼자 가는가

어젯밤 뒤척이다 눈물이 나 옷깃이 젖고,

새벽까지 울어대는 두견조에

이산저산 진달래도 더욱 붉게 물 들었네

 

우리는 동진으로 선문에 의탁하여

선사는 신마를 케어 갈아서 경봉노사께 공양을 올리고

나는 고봉 노사께 호로병에 곡차를 들고 모셨지요

 

우리는 묻고 의탁할 큰 스승이 계시기에

다른 수행인보다 법희선열의 법락을 빨리 누렸지요.

경봉선사의 선기는 거칠고 둔탁하지만

순수하고 박실하여 일할에 하늘에 별이 떨어지고

대나무가 터지듯 문자법사인 내게

제법 실상과 본래면목을 깨우쳐 주었소

 

우리는 경봉노사의 서간문을 정리하고 발문을 쓰면서

선사는 노사의 시 산화개야조가를 노래하고

나는 양류풍과 향화우 시구를 읊으면서

철야통음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말년에 선사의 미질을 나는 알아요,

입을 비야리성에 걸어두고

중생의 병을 대신 앓는 유마힐의 병이라는 것을

적멸의 미소, 선열의 미소 인간의 웃음보다

하늘에 가까운 미소 불을 찾아가는

눈면 거북이 맷돌 입에 피어있는 꽃

~아 선사의 입가에도 천년의 연꽃이 피었네

 

 

고원선사여

영축산에 낙조가 붉게 물들고 옛 동산에 달이 떠오를 때

쌀짝 웃는 선사의 모습이라 기억할께요!

부디 잘 가요

도솔천에 오르면 경봉 고봉 노사 계실 터이니

우린 또 거기서 만나요

오호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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