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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돌아보며

을사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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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2-01 00:00 조회3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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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받아적는 

자음과 모음 중에 

하나라도 잃는다면 

자연계의 연쇄 사슬이 

돌발적으로 끊어진 미싱 링크처럼 

그곳의 발음이 술술 새서 

아무리 반듯한 생각을 하더라도 

말의 빈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이 있어야 세계도 가능한 것.

 

무릇 세상의 

모든 ‘나’란 존재는 

이런 몸(己)을 바탕으로 살아간다. 


나에게 나란, 나의 몸이란 

어마어마한 대륙이다. 


늘 함께 살고, 가까이에 있지만 

못 가본 곳, 

영원히 갈 수 없는 곳이 너무 많다. 


세계와 나, 

그 사이의 미싱 링크야말로 

혹 나의 몸이 아닐까.

 

이제 을사년이다. 


리을(ㄹ)에서 몸(己)까지의 거리처럼, 

몸(己)과 뱀(巳)도 너무 가깝다. 


뱀은 요물이기도 하지만 

영물이기도 하다. 


을사를 기념하며 

올핸 몸의 중간을 횡단하는 

허리띠 만질 때마다 

뱀 생각을 해 볼까. 


희망의 을사년으로 들어가면서 

허벅지에 손가락으로 자꾸 써 본다. 


己와 已, 乙(을)과 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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