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당 영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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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12-21 06:41 조회1,596회 댓글0건본문
우리 종문(宗門)의 눈밝은 원로(元老)이신
원경당(圓鏡堂) 성진대종사(性眞大宗師)께서
팔십 년 동안 맺어왔던 세연(世緣)을 멈추고
입적(入寂)을 이루어 우리 곁을 떠나자
산과 들이 제 몸에 지닌 것을 모두 내려놓고 비통함에 잠겼습니다.
아침저녁 절을 찾던 새들도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며 울먹이고
지나가는 겨울바람도 목이 메었습니다.
이처럼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옷깃을 여미고 애도(哀悼)에 잠긴 것은
이 산중(山中)에 법(法)의 요체를 드너내고
무연대비(無緣大悲)로 뭇 군생(群生)에게
이택(利澤)을 입힌 비원(悲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종사(大宗師)는
생멸(生滅)을 멈추기 위해 근진(根塵)을 형탈(逈脫)하고
무생(無生)의 세계로 환귀(還歸)하여
시종(始終)이 없고 생멸(生滅)이 없는
적멸(寂滅)의 삶을 이루었습니다.
사대(四大)를 비워서 남긴 무일물(無一物)의 공적(空寂)이
천길 벼랑보다 깊습니다.
이 가운데 어찌 시종(始終)이 있고 생몰(生沒)이 있겠습니까?
무생(無生)의 면목(面目)을 드러내기 위해
생사(生死)의 틀을 바꾸었고
생멸(生滅)이 없는 본분(本分)을 나투기 위해
견문각지(見聞覺知)를 멈추었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적멸(寂滅)의 진상(眞相) 앞에
슬픔을 참을 수가 없고 가슴이 무너집니다.
대종사(大宗師)는 일찍이 우리 산문(山門)에 귀의(歸依)하여
일념정진(一念精進)으로 자기명근(自己命根)을 밝히는
참구(參究)를 게을리 하지 않고,
우리 종문(宗門)에 최고 선지식(善知識)으로 존경받는
전강대선사(田岡大禪師)와 송담(松潭) 큰스님의 슬하에서
본분겸추(本分鉗鎚)를 단련하고,
불조대기(佛祖大機)를 장악하는
선기(禪機)를 터득한 백납(白衲)의 운수(雲水)였습니다.
대종사(大宗師)의 수연행지(隨緣行止)는
집착이 없어 무애자재(無碍自在)하였습니다.
이사(理事)에 얽매이지 않고 정진의 끈을 놓지 않고
선풍(禪風)을 진작(振作)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생멸(生滅)을 뛰어넘는
무생(無生)의 지혜(智慧)를 얻어
안심입명(安心立命)에 들도록 했으며,
원로부의장 소임을 원만히 수행하여
종단의 안정(安定)과 중흥(中興)의 틀을 다졌습니다.
원경당(圓鏡堂) 성진대종사(性眞大宗師)시여!
여기 모인 대중의 비원(悲願)을 들으시고
우리 곁에 오셔서
불일(佛日)을 밝히시고 조계(曹溪)을 드날리소서.
本來無一物 본래무일물
奇怪這靈物 기괴저영물
遷化今在處 천화금재처
鶴舞眼前飛 학무안전비
본래 한물건도 없는데
신령스런 이 물건은
열반에 들어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학이 춤을 추면서 눈앞에서 날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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