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스님 추도사

오늘 우리는 

우리 종단의 큰 스승이자 

이 시대 모든 수행자의 사표(師表)와도 같은 어른을 

적요의 세계로 떠나보내야 합니다.

회양산의 산색(山色)과 봉암도량의 모습은 여전한데, 

은암당(隱庵堂) 고우(古禹) 대종사이시여!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회양산 산중은 오늘 

왜 이리도 처연하고 적막할 뿐입니까?

대종사께서는 출가 이후 

열반에 이르는 그 순간까지 

오로지 참선 수행의 

한길을 걸어 오셨습니다. 

특히 1968년부터 시작된 

대종사의 봉암사 주석은 

우리 종단사에 

특별한 자취를 남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종사께서는 

이곳 봉암사에 주석하면서 

성철 대종사가 이끄셨던 

‘ 봉암사결사’의 정신을 계승코자 하였습니다. 

아울러 도량을 대대적으로 정비하여, 

봉암사를 대한불교조계종의 

유일한 종림선원으로 정착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셨습니다. 

저희 종도들은 

대종사의 이같은 공적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은암당 고우 대종사이시여!

대종사께서는 

일평생 산중 수행을 

최고의 복락으로 여기며 살았던 

산인(山人)이셨습니다. 

하지만 대종사께서는 

종단과 대중의 간절한 요청이 있을 때, 

이를 외면하지 않는 

자비행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1980년 10.27법난이 자행되었을 때, 

대종사께서는 

법난의 원만한 수습과 종단 안정을 위해 

진력을 다하셨습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원근(遠近)을 마다하지 않으시며, 

우리 종도들을에게 

진정한 간화 선법문을 펼쳐 주셨습니다. 

대종사의 자비행과 가르침에 힘입어 

오늘의 종단이 건재하고 있음을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고우 대종사이시여!

대종사께서는 

그 누구보다도 간화선법의 수승함과 

한국선이 지니고 있는 

세계사적 가치를 찬탄하셨던 

명안조사(明眼祖師)이셨습니다. 

또한 대종사께서는 

이 땅의 대중과 지구촌 인류 모두에게 

‘수행의 즐거움’을 전해야 한다는 

원력을 세웠던 

원력보상이기도 하셨습니다. 

봉암사 문경세계명상마을은 

이같은 대종사의 원력이 깃들어 있는 곳입니다.

대종사이시여! 

이제 저희들은 누구에게 의지하여 

대종사의 크나큰 원력을 실현해 나갈 수 있겠습니까?

은암당 고우 대종사이시여!

명안조사, 원력보살 고우 대종사이시여!

속환사바(速還娑바)하시어 원력회향(願力廻向)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