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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돌아보며

시대의 에세이스트 상 수상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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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4-03 14:54 조회1,3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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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 연설

 

원행(遠行)

 

소승은 출가 후 한가하게 지낸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산중 납자가 분주하다는 건 

부끄러운 일 아니냐고 하실 분도 있을 것입니다만 

수행자일수록 부지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가라는 것은 

단순한 속세와의 결별이라기보다 

더 큰 집을 짓는 일이고 

더 큰 세계 구현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속가의 가족을 떠났으나 

그것은 모든 사부대중을 다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작은 버러지에서 큰 짐승까지 

모든 생명붙이는 물론 생명 없는 것들까지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위함입니다


더 크게 말하면 우주의 집을 짓는 일입니다


모두 서로를 해치지 않고 함께하기 위해 

그 존재의 근원에 대한 끝없는 탐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수행의 노정입니다.


그렇다고 소승이 

그리 거창하게 참수행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아닙니다


소승은 일찍이 

탄허 큰스님께서 말씀하셨듯 

오대산 멍청이올시다


처음 산문에 들어 

탄허 큰스님과 만화 큰스님을 모시면서 

자신에게 무척 절망했습니다


큰스님들께선 생득적으로 

잠이 적으신 것 같은데 

젊을 적 저는 업력이 두터워 

잠이 어찌나 많은지 

만날 쏟아지는 졸음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큰스님들께서 열반하신 지 벌써 40년이 됩니다


나이 탓인지 

큰스님들의 혹독한 경책으로 훈련되어선지 

이제 잠도 별로 없습니다.


2010년 김지하 선생의 주선으로 

김종완 선생과 조정은 편집장을 만났고 

그해월정사 멍청이를 상재한 다음 

탄허 대선사 시봉 이야기, 만화 희찬 스님 시봉 이야기

10.27법난, 성인 한남 대종사등 

2년마다 한 권 정도 7권의 책을 내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것은 소승이 그동안 공부한 로드맵 같은 것입니다


탄허 큰스님과 만화 큰스님을 모시고 공부하면서

또 초대 종정 한암 큰스님의 

행장과 법어를 공부하면서 

월정사 멍청이인 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깊이 새겨보려는 노력에 다름 아닙니다.


이번에 이름도 거창한 

<시대의에세이스상>을 주신다니 크게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잘하라는 경책으로 받겠습니다


불교에선 3통이라하여 

법통(法統) 종통(宗統) 설통(說通)이 있습니다


법통은 법맥이고, 종통은 종지 종풍이며

설통은 올바른 깨달음의 말이 터지는 것입니다


소승 생각으론 여기에 이제 

필통(筆通)이 더해져야 할 것입니다


설통이 세 치 혀로 

그 시대에 바른말을 하는 것이라면

필통은 한뼘의 붓으로 

그 시대의 바른말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소승은 오늘 이 자리에서 다짐합니다


출가자로서 이러한 설통과 필통에 있어 

정도를 굳건히 지키고자 더욱 철저하겠습니다


이 상에 관계하신 

여러 작가님과 심사위원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인사를 대신합니다.


 

20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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