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척의 도(道)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8-09 09:13 조회1,533회 댓글0건본문
중국 춘추시대 대도적 도척은
‘도둑질에도 도가 있다’며
도둑의 5가지 덕을 설파했다고
고전 ‘장자’는 전한다.
털려는 집에 훔칠 게 뭐가 있는지
잽싸게 알아채는 성(聖),
훔칠 때 앞장서 들어가는 용(勇),
나올 때 맨 뒤에 나오는 의(義),
도둑질 성공 여부를 종합 판단하는 지(智),
훔친 걸 공평하게 나누는 인(仁)이 그것이다.
장자는 도척의 이 말을 소개한 뒤
“도척도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 도둑질을 할 수가 없다.
성인이 나온 뒤에 도둑이 나왔다”고 해설했다.
범죄 조직조차 제대로 굴러가려면
구성원 다수가 수긍하는
가치 체계가 작동해야 하는데,
이른바 ‘성인의 도’가 도둑질을 합리화하고
집단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역설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도척 무리는 9천여명에 이를 정도로 융성했고,
토벌되지도 않았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도척 같은 놈은 집에서 편안하게 죽고,
백이·숙제 같은 선인은 굶어 죽었다”고
개탄했을 정도다.
장자는 이런 아이러니가
결국 이성의 도구화로부터 초래됐다는 점을 짚고자,
도둑의 도와 성인의 도를 한데 묶어
조롱을 보냈을 터이다.
장자의 도저한 문명 비판을 논하는 건 능력 밖이다.
다만 어떤 집단이든 나름의 신념 체계를 갖춰야
운영·유지된다는
사회학적 관찰의 탁월성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인식에 비춰볼 때,
도둑떼 이외의 다양한 사회집단에서
도와 덕이 규정되고 발현되는 양상을
살펴보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