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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돌아보며

토지(土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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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스님 작성일18-09-16 16:14 조회3,3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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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땅(토지)의 소유를 놓고 싸우지만

죽음앞에는 소유가 없다.

땅을 부르는 말은 여러 가지다

,대지,토지 비슷해 보이나 쓰인 맥락을 뜯어보면 차이가 난다.

가령 농촌계몽에 앞장서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이광수)

세상의 부조리와 대조되는 순수의 세계를 상징하며,

중국 격변기를 혜쳐가는 왕룽일가의 일대기 대지(펄벅)

유한한 목숨붙이들이 살아가는 광활한 자연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토지는 어떠한가

소설가 박경리는 제목을 토지로 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토지라고 하면 반드시 땅문서를 연상하게 되고 소유의 관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유라는 것은 바로 인간의 역사와 관련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토지를 읽으면서

소유라는 본질적 욕망을 둘러싼 갈등과 비극,

그 속에서토지의 등장 인물들이 펼쳐내는

갖가지 삶의 무늬에 주목한다.

박경리가 26년간 작성한 원고지 4만장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600여명,

겁나많은인물들의 삶을

인간:계급.가족..사랑.욕망.부끄러움.이유.국가등

모두 9가지의 분류 틀에 넣어 성찰하여 보자.

 

가령 욕망:돈이라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드는 임이네와

문중 재산을 빼앗은 조준구를 반드시 무너뜨리겠다는 서희는

둘 다 욕망의 화신이다.

그러나 임이네 인생 목표는 오로지 돈에 수렴되는 반면,

서희는 복수를 위해 악착같이 재산을 모으면서도

평사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임이네와 질적으로 다른 삶을 보여준다.

욕망이 나쁜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욕망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욕망으로 내 삶을 어떻게 움직여나가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은 부끄러움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세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는 용이는

부끄러움의 끝판왕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용이가 살아간 힘을 이 부끄러움에서 찾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부끄러움(...)

그래서 용이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그로부터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자기 삶의 무게를 견디러나갔다.

 

토지의 인물들이 빛나는 대목은

자신의 가치와 존엄성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의 밀정 짓을 하는 형 때문에 주눅들어 사는 한복이가

가족의 명에에서 풀려나는 것도 길상이의 이 말 때문이었다.

너의 가난과 핍박을 아버지와 형 탓으로 돌리는 것은 네가 없다는 애기가 된다.

(...)너는 너 자신을 살아야 하는 게야.”

 

토지가 주는 감동은

가장 무력한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삶을 찾아나간 사람들에 있다.

한치 앞 안 보이는 순간에도 한 발 한 발 내디딘 그들의 삶을 놓고

어떻게 성공과 실패로 예단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지은이의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의 감상문은 곰곰 되새길 만하다.

취업이 중요하지만 잘 안 되다고 그것은 실패한 삶이 아닐 것이다.

그것들은 각각 하나의 잣대일 뿐이지,

나를 판단하는 단 하나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혹여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고 좌절감임 들 때,

나에게 다가와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고,

여전히 너의 삶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고

나를 위로해줄토지의 수많은 인물이 있지 않은가.”

불교신도님의 화장장에서

독경후 유골을 산속에 뿌리면서 땅의 의미를 되새겨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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