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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돌아보며

해를 보고 짖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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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스님 작성일18-04-01 08:08 조회3,3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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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해가 다가왔다.

십이지에 속하는 가축 가운데

소나 돼지,닭 등은 도시인의 일상에서 보기 어렵지만,

개는 여전히 우리 가까이에 있다.

주로 평생을 함께하는 부부사이를 뜻하던 반려라는 말이

요즘은 개에게 더 많이 사용되는듯 하다.

오늘날 개는 이처럼 접촉과 교감의 대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

주거문화가 바뀌기 전까지 개의 역할은

주로 마당에서 집을 지키는 일이였다.

다른 동물과 달리 개는 낯선 이를 보면 짖어대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중국 고대의 철학자 양주에게 양포라는 동생이 있었다.

하루는 양포가 하얀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가

비에 흠뻑 젖는 바람에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집 개가 주인을 몰라보고 짖어대는 것이었다.

양포가 화가나서 개를 때리자 양주가 말했다.

 “때리지 마라. 너 같아도 흰개가 검은개가 되어 돌아오면

낯설어서 몰라볼수 있지 않갰니?”

겉모습이 바뀐다고 속까지 바뀐줄 아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일찍부터 개는 낯선 것을 보면 어김없이 짖어대는 동물로 알려졌다.

촉견폐일이라는 말이 있다.

촉지역은 흐리고 비오는 날이 워낙 많아서

이곳의 개들은 어쩌다 날이 개면 해를 보고 마구 짖어댄다고 한다.

구름에 가린것일 뿐 하늘아라 해가 없는 곳은 없는데,

해를 보고 짖어대다니 참으로 멍청한 개들이라고 할수 있을까?

우리의 인식 역시 늘 경험하는 익숙한 것들에 길들어 있다.

자신이 본 것이 다인줄 알고

낯선 것을 보면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심지어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부터 하는 일도 적지않다.

문제는 소인은 많지만 군자는 드물며,

부조리가 일상인 세상에서 개혁은 낯설고 불편한 일이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만세의 사표 공자가 동시대 사람들에게 비방과 곤욕을 당한것도 그 때문이다.

천하의 악당 도척이 키우는 개는 훌룡한 요임금을 보면 짖어댈 수밖에 없다.

주인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낯선이를 보고 짖는 것이 책무인 개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미덕이다.

그러나 사람이 자신의 경험에만 갇혀서

가치분별을 하지 못한채 비방을 일삼는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고

낯선 것을 받아 들일 수 있는 능력은,

성찰과 독서를 할줄아는 인간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무술년 황금개띠해의 만우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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