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의 달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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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 스님 작성일18-03-14 18:12 조회3,285회 댓글0건본문
높이 40㎝가 넘는 보름달 모양의 달항아리는
한국인의 질박하고 넉넉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표 유물이다.
온갖 채색미를 자랑하는 18세기의 중국·일본 자기와 사뭇 다르다.
날렵한 성형과 요란한 기교 없는 자연미가 가득 찬 순백자이다.
1935년 영국인 도예가 버나드 리치는 달항아리를 구입해 가면서
“나는 행운을 안고 돌아간다”고 했다.
‘잘생긴 며느리’(최순우),
‘구수한 큰 맛이며 무기교의 기교’(고유섭),
‘두부살 같고 쑥떡 같다’(김환기)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런 달항아리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다.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몸을 합체했다는 것이다.
도공이 커다란 대접 두 개를 붙여야 달항아리를 만들 수 있다.
완성된 달항아리의 가운데 부분을 보면
대접 두 개를 붙인 띠 모양의 접합자국을 볼 수 있다.
완성된 달항아리는
완전한 원형이 아니라 어긋나 일그러지기도 한다.
이것을 달항아리의 소박미라 일컫는다.
두 개의 몸체를 연결하는 이유는
몸체가 너무 커서 형태를 빚는 과정에서
백토가 쉬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달항아리에는 이렇게 중력을 거슬러
하나의 작품을 빚어내기 위한 도공의 의지가 담겨 있다.
9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달항아리 성화대’가 등장하고,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남북한 선수들의모습이 보였다.
물론 남북 공동입장을 예상하고
달항아리 성화대를 디자인하지는 않았겠지만….
각종 스포츠 이벤트에서 남북한이 공동입장한 것은 이번이 10번째다.
혹자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이
그해 2월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이 공동입장한 지 8개월 만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에 속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 중에도 대화와 협상의 끈은 놓지 않아야 한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언급했듯
‘단일 깃발과 몇 자루의 스틱이 한반도 핵위기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평화를 향한 아주 작은 진전은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평화로운 세상의 희망’이다.
조선의 도공들도 달항아리 하나 만들려고
중력을 거슬러
두 개의 대접을 이어붙이려 구슬땀을 흘렸을 것이다.
한번에 그 큰 달항아리가 완성되었겠는가.
도공이 수없이 깨고 망가뜨린 끝에 겨우 하나 만들었을 것이다.
지난 1월 31일에는
36년만에 밤하늘에 펼쳐진 신비하고 화려한 우주쇼인
슈퍼문 블루문 블러드문의 개기월식이 펼쳐졌다.
이 모든 것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의 징후와 징조로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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